냉방 현황 등 별도조사 사례 전무
기록적 폭염속 노동자 안전 허점
법령 권고뿐… 입주민 의사 달려
지자체 지원, 예산부담에 일부뿐
폭염 속에서도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일하던 부천시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사연(8월5일자 10면 보도)이 알려지면서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아파트 경비실 냉방 현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는 이뤄진 적이 없고, 지자체의 지원 사업도 예산 부담과 적용 한계로 실질적인 현장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고용노동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경비실의 냉방 여건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집계해 관리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23년 한 차례 자체 점검을 통해 지자체별 상황을 집계하긴 했지만, 이후 후속 조사가 없어 현실 반영에는 제약이 따른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기본적인 근무환경조차 체계적으로 파악되지 않는 현실은 경비노동자들의 안전관리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관련 법령 역시 미흡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2023년부터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에어컨 설치는 ‘권고사항’에 그친다.
주택법·공동주택관리법 역시 냉방기 구비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으며 설치 여부가 사실상 입주민 의사에 좌우되는 문제도 있다.
현재 도에서는 공동주택 경비실 냉방기기 설치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나, 도비 30%·시비 70% 매칭 방식으로 인해 예산 부담이 지자체에 크게 쏠리면서 실제 지원은 단지 내 일부 초소에 그치고 있다. 경기 서부권의 한 아파트 관리소 직원은 “선정돼도 현실적으로 경비 초소 전체에 설치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현장과 제도 사이 간극이 여전히 큰 가운데, 폭염 속 경비노동자들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현실에 맞는 제도 정비와 행정 지원의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대부분 고령이며, 경비 초소는 공간이 협소해 열이 쉽게 차고 잘 빠지지 않는다”며 “기후위기 시대엔 냉방 역시 생존권이자 기본적인 노동권으로 인식돼야 한다. 단발성 논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주기적인 실태 전수 조사와 법령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경비실 냉방기기 설치 지원은 시·군 수요조사를 거쳐 매년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며 “현장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는 계속 보고 있으며, 향후 실태 조사를 추진하고 도비·시비 매칭 방식 개선도 시·군과 협의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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