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구역 인구만 500만명, 호국보훈 도시
고위책임자 참석하는 지역 행사 주관 기관
국가 정책 홍보와 유공자·가족과 가교역할
상징적인 곳 기관장… 하루빨리 임명해야
임명된 지 한달도 안 된 인천보훈지청장이 지난 3월 ‘안중근 의사 제115주기 추념식’에서 있었던 노동자 폄하 발언 논란으로 강제 전보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충원이 안 되고 있다. 언제 임명하겠다는 보도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이는 단순히 일개 지방관서 부서장을 비워두는 것과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인천보훈지청은 인천, 부천, 광명, 김포 지역을 관장한다. 담당 구역 인구만 500만명이며 지청이 관리해야 할 많은 보훈 대상자와 가족의 숫자를 볼 때 매우 중요한 자리임이 분명하다. 인천만 하더라도 참전유공자, 중장기 복무 제대 군인, 보국 수훈자 등 11개 보훈단체에 2만7천여 명의 보훈 대상자와 1만4천여 명의 유족이 있다.
대다수 보훈지청장은 4급 서기관급이지만 국가보훈부의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에 따르면 인천보훈지청장은 3급 부이사관도 가능하다. 마음만 먹으면 내일도 임명할 수 있는 자리다. 인천은 호국보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말 그대로 자랑스러운 호국보훈의 도시다. 역사의 현장인 것이다. 민선 6기 당시인 2017년 1월1일 유정복 인천시장은 수봉공원 현충탑을 참배한 뒤 ‘호국보훈 도시 인천’ 선포식을 가졌다. 인천시는 전국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2021년 5월3일 인천보훈지청과 ‘보훈선양 증진사업 활성화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보훈 업무에 매우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훈지청장은 국가직 고위공무원단인 3급 이상 공무원이 그리 선호하는 자리가 아닐 수 있지만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다. 물론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진행되는 국가 단위의 보훈 행사가 많지만, 지역 단위별로도 각종 행사와 문화제 등이 개최된다. 지역 행사에는 지역의 고위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한다. 행사의 가치와 중요도가 높아서 그렇다. 인천만 해도 시장, 교육감, 국회의원, 법원장, 검사장, 경찰청장은 물론 군수, 구청장 등 주요 기관장들이 예의를 갖추고 행사에 참석한다. 이는 정치와 무관하게 오로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들에 대한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정작 이 행사를 앞장서 주관해야 할 보훈부처에서는 기관장인 지청장도 없이 일개 부서를 책임지는 사무관이 덜렁 참석해 추도사를 하는 형편이다. 격이 맞지 않으니 기관 간 무슨 정보 교환이며 협조가 잘 이루어질 것인가.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당연한 도리다. 이런 행사는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수단일 뿐 아니라 국가가 저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을 통해 자발적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기회인데 정성을 다해 모신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다.
보훈부에서는 기관장이 없더라도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관리 감독을 하겠다고 했다는데 대외적 기관 활동이나 관내 기관장들과의 교류 등 조직의 위상과 상징성을 간과한 것이다.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의 영예로운 삶이 유지 보장되도록 보상금 지급, 교육, 취업 알선, 의료 지원 등의 보훈 정책을 수립해 지원하는 업무는 실무 직원들이 한다. 지청장은 기관을 대표하는 자로서 현장을 찾아다니며 국가 정책을 홍보하고 국가유공자나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 적극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자리다. 기관장의 역할이 따로 있는 것이다.
인천보훈지청장이 특별히 사상을 검증받거나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자리도 아니다. 공직자이니 정치적으로는 중립적이어야 하고 오직 투철한 국가관과 역사의식으로 무장한 공무원이라면 좋다.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는 애국자라면 더욱 좋다.
정부가 인천을 홀대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지만 보훈지청장 자리까지 오래 비워두어야 하는 까닭을 모르겠다. 그저 전국 21개 보훈지청 중 하나일 뿐이라 한다면 잘못된 인식이다.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하고 각종 규제로 발목을 잡는 정부로서, 또 한편의 인천 홀대와 무엇이 다른가. 마침 보훈부 장관도 새로 임명됐으니 하루빨리 인천보훈지청장을 임명하길 바란다.
/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명예회장·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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