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오후 인천 부평역에서 ‘부평 가정폭력 살인’ 피해자 유족이 인근 지구대를 바라보고 있다. 2025.7.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7월 13일 오후 인천 부평역에서 ‘부평 가정폭력 살인’ 피해자 유족이 인근 지구대를 바라보고 있다. 2025.7.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스토킹·가정폭력 등 관계성 흉악범죄가 반복되는 가운데,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추진된다. 경찰은 앞으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를 법원에 청구할 때, 검찰을 거치지 않고 경찰이 직접 청구할 방침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5일 이 같은 내용의 ‘수사역량 강화 종합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어 6일에는 ‘스토킹 범죄 대응 협의회’가 열렸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유관기관들이 대거 논의에 참여했다. 경찰과 대검찰청은 물론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도 처음으로 한 테이블에 앉았다. 어느 때보다 범정부적 공고한 협력체계 마련이 시급한 때다.

현행법상 경찰은 스토킹 신고 접수 후 긴급응급조치를 직권으로 명령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잠정 조치(△1호 서면 경고 △2호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 통화·문자 금지 △3호의 2 전자발찌 부착 △4호 구치소 유치)를 복수로 신청할 수 있다.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면 법원이 잠정 조치를 결정한다. 하지만 검찰 단계를 못 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해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 4호는 1천219건이다. 이중 집행은 499건으로 40.9%에 그친다. 범죄의 위급성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5월 동탄 납치살인, 6월 인천 부평구 가정폭력 살인에 이어 지난 7월에도 참극이 잇따랐다. 지난달 26일 의정부 한 노인복지센터에서 5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28일 울산에서 2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의 흉기에 중상을 입었다. 하루 뒤 29일에는 대전의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됐다. 31일에도 서울 구로구 50대 여성이 동거남에게 살해됐다. 불과 엿새 사이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의정부 사건 피해자는 경찰에 세 차례나 스토킹 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를 검찰이 기각한 탓에 범인이 피해자에 접근할 수 있었다. 허술한 대응 시스템과 공권력의 소극적 조치가 부른 비극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22대 국회에서 스토킹 관련 개정안 19건이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 계류 중이다. 지난해에만 1만3천75명이 스토킹 피해를 입었다. 하루 평균 35.8명이 공포에 내몰렸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스토킹 범죄는 언제든 살인으로 비화될 수 있다. 반복성보다 위험성에 초점을 맞춰 선제 조치해야 한다. 유관기관의 공고한 공조체계와 가해자 신속 분리가 시급하다. 더는 억울한 죽음을 방치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