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가려 희망도서 문의

단골서점 옛 추억도 새록새록

손님 서너명, 바빠 보이는 관리자

‘민생 쿠폰’ 덕에 서점 발화한듯

종이책 외면 시대, 역설적 외침같아

동네책방 ‘행복한 서점’. /전진삼 건축평론가 제공
동네책방 ‘행복한 서점’. /전진삼 건축평론가 제공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여름휴가 중 하루. 헛되지 않게 쓰면 좋을 여윳돈이 생겨서 실로 오랜만에 동네책방을 찾았다. 평소 인터넷서점을 즐겨 활용해왔던 터라 내가 사는 동네 어느 곳에 어떤 서점이 있는지 정보가 없었다. 근년에 서점 방문은 유아용 책을 살 요량으로 집 근처에 위치한,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서점의 지점에 몇 차례 들른 것이 전부였다.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동네책방을 확인해보니 도보로 30여 분은 족히 걸리는 곳에 서너 곳의 서점 정보가 떴다. 거리 문제는 별 차이가 없었기에 방문할 서점을 선택하는 데에 소소(昭昭)한 기준이 필요했다. 어차피 내가 사고자 하는 고가(高價)의 벽돌(을 닮은)책을 동네책방이 비치해 놓고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그랬다. 순간 내 눈을 사로잡은 책방의 이름이 보였다.

‘행복한 서점’. 왠지 그곳에 가면 행복할 것 같다는 환심(歡心)이 끼어들었다.

방문에 앞서 전화를 걸었다. 구입 희망 도서가 있는지 알아보고 없으면 주문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예상대로 책은 없었지만 주문 가능하며 하루 뒤 입고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책이 들어오면 확인 문자를 보내주겠다는 친절한 안내도 함께. 힘들지 않게 문제의 벽돌책 주문을 마쳤다. 책의 정가는 7만원. 인터넷 서점과 달리 동네책방에선 할인가 없이 정가를 주고 책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과 일부러 찾아가야한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불편하다는 생각이 끼어들지는 않았다.

내가 주문한 책과 만나기 위해 꼬박 하루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내심 행복한 서점을 방문한다는 작은 설렘으로 기분이 업되었다. 초중고 학창 시절, 참고도서를 사기 위해 자주 드나들었던 학교 앞 작은 서점에 대한 기억과 대학생 때와 직장생활을 할 때 자주 들렀던 비교적 규모를 갖춘 단골서점의 추억이 떠올랐다. 지금은 사라진 인천시민회관 앞에 위치했던 시민서점은 내가 자주 들르던 동네책방이었다. 다양한 종의 책들이 체계적으로 비치되어 있었고 단골의 방문을 반겨주던 주인장이 늘 고마웠다.

다음날 오전, 책이 입고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찾아간 서점의 위치는 선큰가든이 있는 복합상가 지하층이었다. 입구 상단에 붙은 서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들의 참고서 코너가 한쪽에 배치되어 있고 맞은편에 일반도서가 성격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제법 많은 책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손님으로 보이는 이는 나를 포함해 서너 명이 다였고 책을 정리하며 동시에 카운터를 보던 서점 관리자 홀로 바빠 보였다. 낮은 높이의 책장 상단에 내가 주문한 책이 비닐 포장된 채 놓여 있었다. 계산을 마치자 이곳 행복한 서점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7천원 상당의 쿠폰을 주었다. 2027년 3월까지 사용하면 되는 유효기간이 긴 쿠폰이었다. 결과적으로 정가의 10%를 돌려받은 셈이 되었다.

이번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보내준 15만원 중 절반의 금액을 동네책방에서 사용하게 되면서 종이책이 외면당하는 시대에 행복한 서점이 발화하는 역설적 외침을 들었다. 동네책방은 일상의 행복을 매개하는 소중한 장소라는 점을. 그 안에 단골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서로 행복해진다는 것을.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