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공중화장실같은 악취”
용인시 등 제거제 살포 ‘임시방편’
물색만 바꾸고 유해성분 제거못해
공공하수처리장 폐수속 총인 높아
경기도에서 세 번째로 큰 저수지인 기흥호수가 매년 여름 녹조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민들이 호수를 이용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7일 오후 2시께 찾은 용인시 기흥구 기흥호수. 맑은 푸른빛을 띠어야 할 호수가 뿌연 녹색으로 변해 있었다. 호수 인근 가게에서 일하는 박모(70)씨는 “이맘때쯤 호수에 나가 보면 녹조가 짙게 끼어 있다”며 “호수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공중화장실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한 악취가 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엔 녹조 현상이 심해지면서 전국 생활체육 조정대회 일정이 11월로 미뤄진 바 있다. 올해 대회는 무사히 열렸지만, 선수들이 녹조가 낀 호수에 입수해 경기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환경단체의 우려가 잇따랐다.
녹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여름철 수온이 오르면 유해남조류(녹조)가 빠르게 자라는 환경이 만들어져서다. 물이 고이기 쉬운 저수지 특성상 기흥호수는 녹조 현상에 특히 취약하다.
용인시와 농어촌공사 경기본부는 제거제를 살포해 녹조를 제거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녹조제거제는 눈에 보이는 물색만 바꾸는 역할을 한다”며 “녹조에 든 유해 성분은 제거되지 못한 채 호수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녹조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유해남조류 증식을 유발하는 영양염류인 ‘인’ 유입이 줄어야 하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인근 공공하수처리장(레스피아)에서 호수로 흘러 오는 폐수의 총인이 높아서다.
용인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구갈 레스피아 방류수의 총인 수치는 평균 0.171PPM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농어촌공사 경기본부 관계자는 “총인 법정 배출허용 기준치(2PPM)보다는 낮지만, 호수를 관리하는 측면에서 보면 기흥호수 총인 기준(0.1PPM)보다는 높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저감시설 설치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용인환경정의 이정현 사무국장은 “정부의 총인 법정 배출허용 기준치는 느슨하게 책정된 편”이라며 “매년 예산을 들여 제거제를 뿌리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총인처리시설 등 저감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 관계자는 “오는 2029년까지 구갈 레스피아에 총인처리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면서 “기흥호수의 총인을 꾸준히 낮추고 있으며, 호소생활환경 기준을 3등급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주영·김성규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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