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지혜 학생 종업원으로 분류

25년 전 보상 대상자에서 제외

모친 “돈 아닌 억울함에 용기”

7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열린 ‘故이지혜 학생 명예회복을 위한 인천광역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어머니 김영순씨가 눈물을 훔치며 발언하고 있다. 2025.8.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7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열린 ‘故이지혜 학생 명예회복을 위한 인천광역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어머니 김영순씨가 눈물을 훔치며 발언하고 있다. 2025.8.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학생 신분으로, 같은 날 사고 당한 우리 지혜가 왜 참사 피해자가 아닙니까?”

‘인현동 화재 참사’로 인해 사망했지만 ‘종업원’으로 분류돼 피해 보상을 받지 못했던 故이지혜 학생(사망 당시 18세)의 어머니 김영순(71)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딸아이의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숨이 멎을 듯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런 그가 용기를 내어 사람들 앞에 선 이유는 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다.

1999년 10월 30일 발생했던 ‘인현동 호프집 화재’ 현장 모습. /경인일보 아카이브
1999년 10월 30일 발생했던 ‘인현동 호프집 화재’ 현장 모습. /경인일보 아카이브
1999년 11월 2일자 경인일보.
1999년 11월 2일자 경인일보.

지난 1999년 10월30일 인천 중구 인현동 한 상가건물에서 불이 났다. 상가 지하 노래방에서 시작된 불과 유독가스가 2층 호프집까지 번져 중·고등학생 등 57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다친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김씨의 딸 이양은 호프집에서 시간제로 수당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었다.

김씨는 딸의 사망 후 남은 가족과 함께 인천을 떠났다.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던 김씨는 “화재가 발생한 날은 딸의 알바 첫날이었다”며 “참사 이후 ‘자식 팔아 돈벌이 한다’는 말까지 듣게 돼 나서기 싫었지만, 아이의 억울함이 아직 풀리지 않아 다시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했다.

화재참사 희생자 친구 자리에 놓인 조화. /경인일보 아카이브
화재참사 희생자 친구 자리에 놓인 조화. /경인일보 아카이브

관할 지자체인 중구는 2000년 ‘인천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조례’를 제정해 참사 피해 학생들에 대한 보상 절차를 마쳤지만, 학생 피해자 중 이양만이 ‘종업원’으로 분류돼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조례 제3조는 ‘보상금의 지급대상은 인현동 화재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에 한한다. 다만 인현동 화재사고의 실화자와 가해자이거나, ‘종업원’과 건물주 및 공무수행 중인 자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피해자들과 같은 학생 신분으로 사고를 당한 내 아이는 ‘알바생’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화재에 책임이 있는 가해자로 여겨졌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보상금이 아닌, 우리 아이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뿐입니다.”

김씨를 비롯한 ‘인천 인현동화재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등과 함께 7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현동 참사 보상 조례 개정을 촉구했다.

7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열린 ‘故이지혜 학생 명예회복을 위한 인천광역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 개정’ 촉구 기자회견의 모습. 2025.8.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7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열린 ‘故이지혜 학생 명예회복을 위한 인천광역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 개정’ 촉구 기자회견의 모습. 2025.8.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준형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천지부)는 “종업원은 사용자(사장)와 달리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결정권이나 지배력이 없는 지위”라며 “합리적 이유 없이 종업원이라는 신분을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배제하는 건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김씨 등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천시인권위원회에 인현동 참사 보상조례 개정을 권고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중구의회를 찾아가 의원들을 만나기도 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