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폐교 뒤 텃밭 초록빛 가득
키친가든·식물터널 등 조성 활용
음식·원예 등 체험 프로그램 눈길
8일 찾은 부천시 오정구의 ‘대장분교 치유텃밭’.
한적한 마을길 끝에 자리한 학교 교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교문 앞 학교 부지에 마련된 텃밭에는 초록빛이 가득했다. 고운 빛깔의 참외와 방울토마토 등이 탐스럽게 열려있고 대파와 당근, 고추 등 각종 채소가 줄 지어 자라났다. 한 뼘 한 뼘 흙을 일구고 작물을 가꾼 이들의 손길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른 한쪽에 마련된 다목적 텃밭에는 부천의 상징인 복숭아를 비롯해 포도와 사과나무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때 마을의 교육 중심지였던 대장분교가 도시농업과 연계하면서 각박한 도시민이 삶의 쉼표를 찍는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폐교로 멈춰섰던 교육 시간이 텃밭을 통한 치유의 시간으로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대장분교의 역사는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천군 오정국민학교 대장분교장’으로 문을 연 뒤, 1999년에는 부천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로 편입됐다. 이후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2021년 2월28일자로 폐교됐다. 폐교 이후 학교 주변의 시간은 멈춘 듯 고요했다.
변화는 2023년 시작됐다. 부천시가 도시농업 가치 확산을 목표로 ‘대장분교 치유텃밭’을 조성하고 나선 것이다.
폐교라는 공간을 활용해 시민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장소로 변화시켰다. 총 2천639㎡ 규모의 부지에 키친가든, 식물터널, 유실수원 등을 만들고 계절별 작물과 과일나무를 심었다.
치유 텃밭의 주인공은 단순히 식물만이 아니다. 이곳을 찾는 어르신과 가족, 청소년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수확한 작물로 음식을 만들며 하루를 보낸다. 음식치유 프로그램으로는 어르신들을 위한 치매 예방 푸드 테라피, 가족과 청소년을 위한 ‘맛 놀이’, ‘텃밭 미식 식농학습’ 체험이 제공된다. 지난해에만 286명이 이곳을 찾아 흙을 만지고 작물을 수확하며 그 자리에서 요리를 나눴다.
시는 대장분교 치유텃밭을 단순한 농업 체험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치유 공간’으로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초·중학교 특수학급 학생들을 위한 찾아가는 ‘힐링원예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액자 만들기, 테라리움 제작, 꽃바구니 만들기 등의 원예 활동은 소근육 발달과 인지력 및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더불어 치매 어르신 등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반려식물 보급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2024년에는 각각 200명의 어르신에게 공기정화식물과 허브 식물 등을 제공했다. 올해도 어르신들이 식물을 가꾸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되찾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관련 기관과 협력해 대상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며 “보다 많은 시민들이 도시농업을 통한 치유와 회복의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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