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차원 권력 척도로 하향평준화할 이유 없어
조국 부부·윤미향 등 광복절 특별사면 확정
진보 평론가들, 송언석 명단 빗대 ‘문제없다’
李 대통령 결단, 상대평가 대상 되며 빛바래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윤석열’이 거울이고 보험이다. 윤석열 처럼만 안 하면 된다. 국정에서 실책과 실수가 발생해도 내란성 비상계엄으로 탄핵당한 윤석열과의 상대평가를 거치면 국민 반발은 감경될 것이다. 이재명 정권의 탄탄대로를 열어주는 윤석열과 보수정당의 정치적 타락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김건희 특검이 구치소 체포영장 집행에 속옷 차림으로 저항한 윤석열을 여론에 일러도, 대다수 국민은 특검의 고자질보다는 전직 대통령 품격에 절망했다. 반탄, 찬탄으로 양분된 국민의힘은 전당대회일이 다가올수록 지지율이 폭락한다. 대등한 대의 분점으로 유지되는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는 전직 대통령과 야당의 동반 타락으로 이 대통령 임기 중 복원될 가능성이 요원해 보인다.
이 대통령의 집권 여당 지배력은 역대 문민정권 중에선 가장 강력하다. 절체절명의 사법 리스크를 이 대통령과 같이 헤쳐 나온 당원들이 당의 주류가 됐다. 최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박찬대 당 대표 후보들의 경선 쟁점은 이 대통령 보좌 경쟁이었다. 정청래 당 대표가 선출된 이유는 명료하다. 이 대통령 보좌 능력을 더 높게 평가받아서다. 분명한 건 정 대표는 물론 이후의 당 대표들도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워서는 후계 구도에 포함되기 힘든 민주당의 권력지형이다. 대통령과 당원들의 동기화, 일체화를 감안하면 민주당 내 차기 주자들이 화려한 권력의 변주를 펼치기 힘들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정권 연장의 청사진을 직접 그릴 권력을 임기 말까지 유지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역대 문민 대통령 중 가장 강력한 권력구조 위에 서있다. 뭘 해도 윤석열 보다 낫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87체제 이후 민주적 군림이 가능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자기소멸을 재촉한다면 이 대통령은 임기 중 총선에서 개헌선을 돌파한 여당을 만들 수도 있다. 대통령을 받치는 권력의 구조와 현실을 비교하면 이재명의 대통령직과 윤석열의 대통령직은 격과 질에서 차원이 다르다. 이런 상황이면 윤석열을 거울과 보험으로 삼아야 할 이유가 소거된다. 고차원 권력이 저차원 권력을 상대평가의 척도로 삼아 하향평준화를 자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윤석열 거울과 보험을 깨부수고 차원이 다른 정권의 업적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
광복절 특별사면이 아쉬운 건 바로 이 대통령의 특별한 권력과 권위 때문이다. 대통령은 11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정경심씨 부부와 윤미향 전 의원 등을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로 확정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요청한 홍문종, 정찬민, 심학봉 전 새누리당 의원들도 사면·복권 명단에 포함시켰다. 조 전 대표 부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가 과했다 해도 확정된 죄는 반사회적이었다. 윤 전 의원의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은 항일 시민운동의 순결을 훼손했다. 이들이 사면복권 심사에서 통과하자 반발 여론이 심각했다. 진보진영 평론가들은 송언석의 비리 정치인 사면 명단에 빗대 ‘문제없다’는 식의 반론을 펼쳤다.
윤석열은 159명이 숨진 이태원참사와 해병대원의 순직을 책임져야 할 이상민 전 행안부장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끌어안고 가다가 민심 이반을 재촉했다. 이 대통령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취임 후 처음 단행한 특별사면이다. 진보진영 사면·복권 대상자들이 낯부끄러운 송언석 명단과의 상대평가 대상이 되면서 대통령의 특별한 결단이 빛이 바랬다.
이 대통령이 윤석열과 차원이 다른 국정을 펼치려면 철혈의 심장으로 격이 다른 정치를 해야 한다. 강선우를 낙마시키고 이춘석을 버리는 정치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강력한 대통령 권력이다. 대전환의 시대에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쓰도록 ‘이재명’에게 허용한 천우신조라 이를 만하다. 조국과 정경심과 윤미향으로 흠집 낼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번복할 수 없지만, 반복되면 안 된다. 윤석열 거울을 깨부수고, 진영도 넘어서야 한다. 이 대통령에겐 그럴 권력이 있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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