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한 일본 기자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난 정부의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을 그대로 진행할 것인지”를 물었다. ‘문제 해결 방안’이란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말한다. 이 대통령은 “국가관계에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신뢰에 문제가 있기에 그런 점을 일단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실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서는 제3자 변제 해법을 재검토하거나, 이를 무효화하는 조치를 고려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행정의 일관성에 관한 역사적 교훈은 많다. 기원전 447년 ‘델로스동맹 자금을 낭비한다’는 반대 속에서도 일관되게 추진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은 오늘날 아테네의 상징이 되었고, 오늘날의 파리는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19세기 나폴레옹 3세가 ‘파리 대개조 사업’을 밀어붙인 덕분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된 화성 역시 ‘국고 낭비’라는 저항 속에서 정조가 일관성 있게 추진한 결과다.
순항하던 여주시의 신청사 건립이 여주시의회의 두 차례에 걸친 공사비 삭감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3년 전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시민 75.9%가 신청사 건립에 찬성하고 수십 차례 시의회에 보고와 심의 등 소통과 협의과정을 거쳤건만, 공사 시작을 코앞에 두고 건립공사비 50억원을 시의회가 전액 삭감한 것이다. 반대하는 의원들은 ‘민생 우선’, ‘공사방식’, ‘공론화 부족’을 문제삼고 있고, 이충우 시장은 “정치적 발목잡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행정의 일관성을 가로막은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은 예측 가능성과 같은 말이다. 당연히 이념이나 진영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여주시의 신청사 건립은 단순히 낡은 청사를 버리고 새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다.
공론화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도심을 재구조화해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도농복합도시의 새로운 중심을 만드는 상징적인 과업이다. 정쟁이 아니라 행정의 일관성을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 결정만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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