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전직 대통령 부인 중 최초로 구치소에 구속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역대 영부인들도 과거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다. 2004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2009년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김 여사는 현직 영부인 신분으로도 처음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7월 검사들의 휴대폰까지 반납받아 ‘황제 조사’ 논란이 일었다.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건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윤옥 여사에 이어 두 번째다.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선 영부인은 김 여사가 유일하다.
김 여사의 명품 사랑이 결국 화를 불렀다. 서희건설로부터 받은 6천만원대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는 구속의 ‘스모킹 건’이 됐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와 진품 실물 목걸이는 특검의 ‘히든카드’였다. 김 여사는 수차례 말을 뒤바꿨다. “2010년 홍콩에서 구입한 모조품”이라는 진술은 영장실질심사 도중 거짓말로 들통났다. 세계 10대 강국의 영부인이 정상외교 무대에 ‘짝퉁’을 차고 나섰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으려다 자충수를 둔 꼴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속옷 저항’과 맞먹는 부창부수다. 부끄러움은 늘 국민 몫이다.
김 여사의 명품 사랑은 정권 초기부터 유난했다. 당선 3개월 뒤인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문제의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를 착용했다. 2천만원대 티파니앤코 브로치, 1천500만원 상당 까르띠에 팔찌도 포착됐다. 같은 해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6천2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와 2천만원 상당의 샤넬백 2개를 받은 의혹도 나왔다. 돌이켜보면 최재영 목사가 공개한 300만원대 디올백 영상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김 여사의 투표소 패션은 175만원 짜리 디올 셔츠였고, 극장 나들이땐 200만원대 반클리프앤아펠 알함브라 팔찌를 착용했다. 가끔 에코백을 들었지만, 가방 안에 에르메스로 추정되는 얼룩말 무늬 파우치가 포착되기도 했다. 김 여사의 명품 사랑으로 온 국민이 하이엔드 브랜드 이름을 줄줄 외울 지경이다. 윤석열·김건희 동시 구속이 끝이 아니다. 국격을 바로 세우고 병든 사회를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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