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에게 비료만 많이 준다고

농사가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잡초 뽑고 작물 솎아내는 일도 해야

자식농사는 돈보다 관심과 사랑을

때로는 잘못도 지적하고 고쳐줘야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농부는 봄이 오기 전부터 농사 준비를 시작합니다. 겨우내 녹슬어 있던 농기구를 정비하고 씨앗을 꺼내어 상태를 점검하지요. 계절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면 얼었던 땅을 갈아엎습니다. 대지를 깨워 숨을 불어넣고 이제 농사지을 준비를 시작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지요.

볍씨를 심어 씨앗을 틔우고 모가 자라나길 기다립니다. 봄비가 촉촉이 내린 날 물을 가두고 써레질도 해둡니다. 어린 모들이 여린 뿌리를 잘 내려 단단히 뿌리박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드디어 좋은 날을 골라 정성들여 모를 내고 혹시라도 뿌리내리지 못하거나 쓰러진 모가 없는지 살핍니다. 모내기를 마치고 나면 농부의 발길은 더 잰걸음이 됩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혹시라도 간밤에 쓰러진 모는 없는지, 논물이 새지는 않는지 발걸음을 재촉하지요. 남풍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모들이 힘을 얻어 몸집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그 틈에서 잡초도 자라고 피도 자랍니다. 영양분을 온전히 몰아주기 위해 농부는 손과 발, 허리를 움직여 잡초와 피를 뽑아냅니다. 잡초는 모보다 자라는 힘이 더 세고 억세지요. 뽑고 뽑아도 사라지지 않는 게 잡초이고 피입니다. 그래도 농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장마의 계절도 지납니다. 미리미리 논물을 조절해 많은 비에 혹시라도 모들이 잠기지는 않을지 수시로 물꼬를 점검해야 하지요. 장마가 지나자 본격적인 염천입니다. 따가운 햇살을 받아 모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벼 모양을 갖추어 가지요. 아침 저녁으로 농부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습니다. 수확을 앞두고 마지막 고비가 찾아옵니다. 태풍의 계절이지요. 많은 비로 논이 잠기고 거센 바람에 벼들이 쓰러집니다. 벼들과 함께 농부도 비와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시련을 견뎌냅니다.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고 함께 묶어 버텨낼 힘을 만들어줍니다.

이제 수확의 시간입니다. 봄이 오기 전부터 봄날의 바람과 여름 초입의 장마, 삼복 염천의 더위, 가을 초입의 태풍을 견뎌낸 벼들에게만 주어진 시간이지요. 농부는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돌보았습니다.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벼들도 힘을 내어 낟알을 끼워낸 것이지요.

농부만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직업을 가졌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모두 농사를 짓습니다. 자식 농사를 짓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자식 교육이라고 말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전체적으로 교육보다는 농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벼들이 농부의 발걸음 소리에 자라듯 아이는 부모가 가진 관심의 깊이와 사랑의 넓이로 크기 때문이지요.

조선 최고의 명필로 소문났던 한석봉에 대한 이야기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들이 글씨 공부에 소홀하자 떡장수였던 어머니가 한석봉에게 내기를 제안하지요. 등잔불을 끈 다음 어머니는 떡을 썰고 아들은 글씨를 쓰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모두가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어머니는 떡장수를 하면서도 아들의 공부에, 삶의 태도에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아들이 깨우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관심과 사랑을 표현한 것입니다.

작물에게 비료만 많이 준다고 농사가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료는 작물도 자라게 하지만 잡초도 자라게 하지요. 잡초를 뽑아내고 지나치게 자란 작물을 솎아내는 일도 해야 합니다. 자식 농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돈만 많이 들인다고, 칭찬만 한다고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돈보다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때로는 잡초를 뽑듯 잘못도 지적해서 고쳐주어야 하지요.

관심과 사랑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바람에 자식을 망치는 사례가 종종 인구에 회자됩니다. 어쩌면 잡초는 뽑지 않고 비료만 잔뜩 주는 것과 유사하지요. 내 자식만 돋보이게 하는 법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태풍에 쓰러져도 함께 묶어주면 끝내 낟알을 만들어내는 벼처럼 아이들에게도 함께 사는 세상이 더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부모의 몫이고 자식 농사를 잘 짓는 올바른 방법 아닐까요.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