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송내동 일대 ‘신한일전기 공장부지’가 2022년 시의 공업지역 존치 결정 속에 개발이 멈춰선 채 방치돼 있다. /경인일보DB
부천시 송내동 일대 ‘신한일전기 공장부지’가 2022년 시의 공업지역 존치 결정 속에 개발이 멈춰선 채 방치돼 있다. /경인일보DB

부천시가 공업지역 존치 결정을 내렸던 ‘옛 신한일전기 부지’에 대해 공동주택 건립을 위한 내부 검토에 착수하면서 답보상태였던 개발사업(2024년 5월31일자 5면 보도)이 출구를 찾게 될지 주목된다.

'쓰레기봉투 줄게, 진정서 다오'

'쓰레기봉투 줄게, 진정서 다오'

주민들에게 토지용도 변경 진정서 제출 대가로 쓰레기종량제 봉투 지급을 약속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진정서를 제출하면 그 보답으로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주겠다는 것인데, 주민들은 개발사의 발상이 '어이없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30일 부천시 등에 따르면 최근 송내동 일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신한일전기 공장부지의 주거용도 변경을 위해 주민 진정서 제출을 요청하는 공고문이 부착됐다. 해당 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내건 게시문에는 이날까지 부지 용도변경 진정서를 제출한 입주민에 한해 일반종량제 봉투 20ℓ 10매와 10ℓ 10매를 각각 지급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입대의는 진정서 제출을 결정한 배경과 함께 지난 20일 열린 회의 결과도 함께 공고했다. 이 공고문에는 사업주체인 화이트코리아(주)의 주거용도변경 진정서 서명 요청에 따라 입대의가 경영진과 세부협의를 거쳐 입주민의 진정서 제출을 의결했다고 명시했다. 이 밖에도 화이트코리아 측은 해당 단지에 감나무 24주, 대추나무 24주 등 조경수 식재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우선돼야 할 진정서 제출이 개발사의 '생색내기식' 금품 살포로 얼룩지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주민 A씨는 "개발사가 막대한 이익이 예상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는 아이 곶감으로 달래듯' 하고 있다"며 "진정서를 내면 쓰레기봉투를 주고, 안 내면 안 주겠다는 식은 명백히 주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쓰레기 봉투라는 금품을 미끼로 내건 것 자체가 문제"라며 "개발사가 자신들의 이익 사업에 지역개발을 바라는 주민 염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이에 대해 화이트코리아 측은 "공장부지 개발을 원하는 주민이 많아 입대의와의 협의를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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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시에 따르면 옛 신한일전기 부지 주변에 위치한 공동주택 및 초·중·고교 4곳이 밀집한 지역적 특성과 최근 유치한 부천 과학고 등을 고려해 주택단지 개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시가 공업지역 유지 방침을 확정한 지 3년여 만으로, 그동안 해당 부지에 대한 주택개발을 부정적으로 봤던 시가 전향적인 입장 변화에 나선 것이다.

시의 기류 변화에는 이곳의 주거·교육·안전 환경을 종합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신규 공장 입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단 민원도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주민들은 2022년 말 시의 공업지역 존치 결정 이후 줄곧 민원을 제기해 왔다. 그동안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민원만 80건을 웃돌았고 지난해 6월에는 주민 5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해당 부지에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시에 접수하기도 했다.

주민 A씨는 “공장 부지를 둘러싸고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또 다른 공장이 들어오는 것은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또 이를 오랜 기간 방치하는 것도 주변 지역의 슬럼화를 가속시키는 만큼 빠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곳에 자리했던 신한일전기는 공장 노후화 등으로 2005년부터 증·개축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에 시는 2015년 상생 협약을 맺고 행정안전부 ‘규제개혁 끝장 토론회’를 거쳐 국토교통부·경기도 등과 협력,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했다. 그 결과 2021년 6월 공장 증축 허가를 받아 신규 공장을 준공했지만 신한일전기는 같은 해 12월 부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시는 2022년 12월 도시·군 관리계획 수립지침과 용도 변경 남용 방지 등을 이유로 공업지역 존치를 결정했고, 2023년 7월 이후 해당 부지는 공장 폐쇄 상태로 방치돼 왔다.

이 가운데 시는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등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용도지역 변경 보다는 지구단위 계획을 변경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례가 정한 기본계획 상 주거용지가 반영된 공업지역에도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건립이 가능한 만큼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공공기여분을 둘러싼 사업시행자와의 협의가 향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지역 주민을 위한 충분한 공공기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이 경우 시는 공공성과 주민의 정주 환경, 도시의 장기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