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스포츠의 산실 역할을 해온 학교 운동부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선수 수급 부족은 물론 운동부를 창단하려는 학교가 없어서다.

한국 스포츠가 올림픽을 비롯 국제 무대에서의 중심으로 우뚝 서기까지 아마추어 선수들을 육성하고 배출한 곳이 바로 학교 운동부다. 종목별로 재능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운동 신경이 타고난 아이들을 일찌감치 발굴해 유망주로 키워낸 곳이 바로 초·중·고 학교 운동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요즘들어 학교 운동부를 창단하는 곳이 드물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학교 운동부 창단이 어렵게 된 이유는 바로 저출산이다. 옛날에는 한 가정에서 2~3명의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한 명 정도는 스포츠 활동을 했다. 이런 학생 선수들이 점점 커가면서 재능과 실력을 키웠고, 나아가 월드컵이나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는 한 가정에서 한 명도 태어나기 어려운 시기다. 이에 학생수가 모자라 폐교하는 학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거기에 발맞춰 학생 선수를 육성하는 운동부도 점점 무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체육회는 최근 학교 운동부 창단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창단을 통해 육성 선수를 키우는 한편 종목별로 상급학교 선수 연계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도체육회는 우선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학교 운동부 창단 지원사업에서 떨어진 성남 구미중(농구), 화성 송린중(태권도), 안산 경일관광고(배구) 등이 창단 지원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체육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체육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학교 운동부를 창단하기 위해선 경기도교육청이나 해당 지원교육청의 협조가 필수 요소다. 교육지원청의 협조 없이는 운동부를 창단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종목별로 교육지원청의 협의를 거쳐 학교장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데, 창단 후 책임은 모두 학교장에게 있기 때문에 학교장을 설득시켜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게다가 요즘은 G스포츠클럽 활성화로 학교 운동부 창단이 더 어려워졌다.

G스포츠클럽은 전국 최초로 경기도교육청과 지자체가 1대1예산을 함께 지원하는 스포츠 클럽 정책인데, 2024년 기준 도내 30개 시·군에서 150여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축구, 농구, 아이스하키, 테니스, 자전거, 정구, 펜싱, 씨름 등 30여 종목에 달한다.

G스포츠클럽은 지자체 공공체육시설 및 학교체육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리·지원하는 장점이 있다. 또 지자체(체육회), 종목단체, 참여 학생, 학부모, 지도자와 함께 정책 설명회 및 협의회 등으로 정책 공감대 형성을 추진한다.

G스포츠클럽은 학생들이 취미반과 선수반으로 나뉘어 건강과 개인 실력을 연마한다. 선수반의 경우 G스포츠클럽 선수들이 펜싱과 롤러, 유도, 수영, 리듬체조,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등에서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6월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교육청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5 서울미래체육인재한마당에서 학생들이 체대입시 모의평가에 참가해 기량을 뽐내고 있다. 2025.6.13 /연합뉴스
지난 6월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교육청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5 서울미래체육인재한마당에서 학생들이 체대입시 모의평가에 참가해 기량을 뽐내고 있다. 2025.6.13 /연합뉴스

그러나 고교 진학 후 일부 유망주들이 학교 운동부에 속하는 경우도 있다. 정식 운동부를 거쳐야 만 더 능력을 발휘하고 대성할 수 있어서다. 특히 개인 종목보다 단체 종목이 학교 운동부 입단에 더 적극적이다.

이에 일부에선 G스포츠클럽이 엘리트 학생 선수 양성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동시에 학생수 감소에 따른 학교 운동부 해체 대안으로 구상됐다고 한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G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외치기보다는 종목 단체와의 우선 협업과 전문 지도자의 고용 승계 등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내 한 지도자는 “우리나라는 몇년 전만해도 배구, 농구, 탁구, 야구, 축구 등 구기종목에서 일본에 늘 앞서왔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구기종목에서 우리가 일본에 비해 밀리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본은 수 년전 운동부 철폐를 외치다 요즘은 다시 전문적으로 운동부를 육성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G스포츠클럽과 운동부를 다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