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법’ 개정안 통과, 중대 전환점
지역화폐의 목적 격상… 국가책임 규정
플랫폼 혁신 ‘인천e음’ 전국적 성공 모델
지역경제 진단·예측 전략 도구로 발전중
지난 8월4일, 국회 여야는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 처리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비쟁점 법안 15개를 먼저 통과시켰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지역화폐법)’ 개정안이다. 언뜻 보면 간단한 문구 수정 같지만 이번 변화는 지역화폐가 지난 수년간 겪어온 구조적 제약을 풀어낸 중대한 전환점이다.
기존 법률은 지역화폐의 목적을 ‘지역공동체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한정했다. 이는 헌법과 지방자치법 체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사무에 해당하며 사업 추진과 재정적 책임이 주로 지방정부에 있었다. 중앙정부는 보조적 지원 역할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목적이 ‘지방소멸 완화’와 ‘지역균형 발전’으로 격상됐다. 이는 단순한 문구 변화가 아니라 지역화폐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정책 수단이 됐음을 뜻한다. 이제 지역화폐는 지방의 선택 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행·재정 책임이 지방정부에서 중앙정부로 이동하면서 향후 정책 추진 속도와 범위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광역시의회 의장으로서 ‘인천e음’을 둘러싼 논란과 찬반양론을 수차례 목격했다. 도입 초기에는 제도적 근거 부족, 예산 부담, 사용 편의성 논란 등 적지 않은 우려가 있었고, 일부에서는 ‘일시적 소비 진작책’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시민·소상공인·행정이 함께한 노력은 인천e음을 전국적인 성공 모델로 키워냈다.
지역화폐의 역사를 돌아보면 초기에는 소규모 공동체 결속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농어촌·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자 이를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확대됐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했으나 법정 화폐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로 인해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인천e음이 주목받은 이유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민선 6기 유정복 시장 시절 ‘인처너(INCHEONER) 카드’로 시작한 인천e음은 전통시장 상인 약 1만5천명만 제도적 지원을 받던 구조에서 법적 사각지대에 있던 16만명의 소상공인까지 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입법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과감히 추진한 정책이 바로 지금의 인천e음이다.
성공의 원동력은 플랫폼 혁신이었다. 모바일 앱 기반의 신용카드형 결제 구조로 편의성을 높였고, 6~10% 수준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해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이점을 만들었다. 광역시부터 구·동·마을·동호회까지 연결되는 ‘계층적 발행 구조’는 소비 촉진과 지역 내 순환을 동시에 달성했다. 여기에 배달e음, e음택시, 인천직구, e음장보기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결합하며 이용자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또한 2019년 이후 축적된 결제·소비 데이터는 AI 분석과 빅데이터 기반의 지역경제 정책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이는 단순히 ‘쓰고 끝나는 돈’이 아니라 지역경제 진단과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은 인천e음이 걸어온 길을 국가 정책의 한 축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지역화폐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지역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 청년·신규 창업 지원, 전통시장 활성화, 지역공동체 회복, 지방소멸 완화 등 국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이제 중앙정부의 재정적 뒷받침이 가능해진 만큼 인천e음은 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중앙정부가 제도와 재정을 함께 책임지는 만큼 인천은 이 제도를 기반으로 관광·문화·교통·복지와 결합한 복합형 지역경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천e음이라는 ‘비상지재(飛上之才)’를 품고 있다. 이는 크게 날아오를 재능과 기회를 뜻하는 말이다. 지역화폐법 개정으로 인천e음이 대한민국 지역화폐 정책의 표준이자,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정해권 인천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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