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조항 중 첫 번째 ‘칙궁’
지도자가 지녀야할 것들 상세 열거
너그러움·공경스러운 태도 등 주문
새 정부 고관대작분들에 읽기 권장
국민은 보살피고 내란 세력 단죄도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두 달이 지났다. 대통령에서 장차관과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새로운 얼굴로 국민 앞에 나타났다. 미치광이가 아니고는 해서는 안 될 일만 했던 대통령도 보이지 않고, 그런 대통령이 잘하기만 한다고 아부만 하던 고관대작들의 모습도 사라져가고 있어, 뉴스 보는 마음이 덜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이제 언론에 등장하는 뉴페이스들에게 큰 기대를 걸면서 앞의 전 고관들이 했던 짓들은 절대로 안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공직자들의 바이블인 ‘목민심서’를 읽으면서 다산 선생의 가르침대로 공직자들이 용모와 몸가짐이라도 제대로 지녀주기를 바란다. 72개의 조항 중에 첫 번째의 조항이 바로 ‘칙궁(飭躬)’이다. 나라의 지도자들이라면 어떤 위의(威儀)를 지녀야 하고, 어떤 표정과 용모를 보여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열거되어 있다. 다산은 공직자가 지녀야 할 마음 자세와 몸가짐의 모범으로 ‘논어’의 공자 말씀부터 인용하고 있다. 공자는 너그러운 마음과 공경스러운 태도가 윗사람이 지녀야 할 첫 번째 일이라고 주문하고 ‘너그러워야 뭇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寬則得衆)’라는 진리를 가르쳐주었다.
공자 말씀에 부연 설명을 하면서 다산은 공직자의 몸가짐은 어떠해야 하느냐를 밝혀준다. “벼슬살이에는 위맹(威猛)하기를 높이 여기는데 이는 속된 말이다”라며 위엄이 있는 태도, 사나운 모습의 용모만으로는 아랫 사람들을 제대로 통솔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경’을 인용해 “그대의 위의를 공경히 하여 유가(柔嘉)하지 않음이 없어야 한다.(敬爾威儀 無不柔嘉)”고 말하여 ‘유가’라는 두 글자의 기상이 가장 좋은 몸가짐이라고 주장하였다. 유란 안(安)의 의미이고 가란 선(善)의 의미이니 유가란 바로 편안하고 착한 용모와 몸가짐을 뜻하는 글자였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말해지던 위맹의 모습에서 유가의 몸가짐으로 바꿔야만 너그러운 정치를 할 수 있고 너그러운 정치를 해야만 국민의 마음을 얻어 올바른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세속에서 말해지는 위맹의 자세만으로는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가를 주장했지만, 그렇다고 위맹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도자는 반드시 위엄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다산은 다른 곳에서 “청렴한 관리만이 위엄이 나온다”라며 위세 부리는 위엄이 아니라 남을 승복시키는 참다운 위엄은 공직자가 지녀야 할 필수 조건임도 제시했다.
오랫동안 권력의 횡포에 시달려 온 우리 국민들. 이제 새 정부에서 너그러운 마음을 지니고 부드럽고 편안한 용모,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고관대작들이 많이 나와 내란의 공포에, 전쟁 위협의 불안에, 검찰독재의 무서움에 떨어야 했던 불쌍한 우리 국민들을 제대로 위로해주고 보살펴준다면 어떨 것인가. 내란 세력이나 검찰독재에 협조하고 부화뇌동한 진영이야 엄혹한 자세로 철저하게 단죄함이야 당연하지만, 순하고 여린 일반 국민들에게는 참으로 부드럽고 온순하며 착하고 아름다운 자세로 보살펴주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될 것이다.
공직자들이 지녀야 할 몸가짐, 다산의 주문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군자가 무겁지 않으면 위엄이 없으니 백성의 윗사람이 된 사람은 무게를 지니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라고 하여 후중한 모습을 지녀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행동거지를 가볍게 처신하는 사람들, 경솔하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하는 사람들, 지도자답지 않은 가벼운 태도로 행동하는 사람들, 정말로 무겁고 후중하게 행동하여 위엄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남들이 두렵고 무서움을 느끼는 위엄이 아니라 함부로 범하기 어려운 위엄, 존경하고 공경스럽게 대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위엄은 지닐수록 더 값지기 마련이다.
공직자라면 경거망동을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어퍼컷을 계속 날리던 그런 경망스러운 모습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조폭들이나 깡패들 아니고서야 하늘로 주먹을 휘두르며 쇼를 벌이던 그런 몸가짐, 결국 종말이 어떻게 되었는가. 새로 고관대작에 오른 모든 분들, ‘칙궁’ 조항 읽기는 권장해 마지않는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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