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건설조사위원회 발표

전도방지시설 임의 해체, 55m 거더 전도의 불씨

하도급사-시공사-발주청 관리·감독 체계 부재도

지난 2월 28일 오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경인일보DB
지난 2월 28일 오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경인일보DB

10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구간의 교량 붕괴사고가 총체적 인재(人災)인 것으로 확인됐다.

55m로 불안정한 상태였던 거더를 인양·설치하며 전도 방지시설을 임의 제거하고, 발주청과 시공사, 하청업체 간 안전 관리·감독의 체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이 사고의 결정적 원인으로 밝혀졌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 건설조사위원회’(사조위)의 사고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사고는 거더의 인양·설치 장비인 ‘런처’를 후방으로 빼내는 작업 중에 발생했다.

사조위 조사 결과, 하도급사인 장헌산업이 스크류잭 등 전도 방지시설을 작업 편의를 위해 임의로 해체하면서 거더 전도 가능성을 키웠다. 전도 방지시설은 가로보 타설·양생 등의 거더 안정화 이후 해체해야 한다.

전방 이동 작업만으로 안전 인증을 받은 런처를 거더 거치 후 후방 이동한 것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조위의 붕괴 시나리오를 보면, 당시 거더 길이는 50~55m인 상태였는데, 박스형 런처를 후방으로 이동할 때 런처 지지대에서 ‘들뜸’이 발생했다. 지지대가 런처 하중에 의해 횡방향 하중이 생긴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때 스크류잭 등 전도 방지시설이 제거되지 않았다면 전도되지 않은 것으로 사조위는 분석했다.

사조위는 “붕괴 시나리오별 구조 해석 결과 런처 후방 이동 등 동일한 조건에서도 스크류잭이 제거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거더가 붕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스크류잭 제거가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시 시설의 검측 주체인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장헌산업의 스크류잭 제거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또 장헌산업은 런처의 전방 이동 작업에 대해서만 안전 인증을 받았으나 후방 이동 작업을 안전관리계획서에 포함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발주청인 한국도로공사는 이런 계획안을 그대로 수립·승인했다.

이와 함께 시공 계획에 제시된 런처 운전자와 사고 당일 작업 일지상 운전자가 다른 것으로 드러나는 등 전반적인 현장 관리·감독도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업 일지상 운전자는 작업 중 다른 크레인 조종을 위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조위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사항으로 전도방지시설 해체 시기에 대한 기준 마련과 발주청과 건설 사업 관리자의 관리·감독 의무 현실화 등을 제안했다.

이에 국토부는 가로보 타설·양생 이후 건설 사업 관리 기술인의 승인을 거쳐 전도방지시설을 해체하는 것으로 교량 공사 표준 시방서를 개정할 계획이다.

런처 등 건설 장비를 사용하는 특정 공법은 발주청 기술 자문(심의) 시 건설장비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기술자문위원회 운영 규정 등을 개정할 예정이다.

목적물·중요공정 외 임시시설에 대한 발주청 및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의 관리·감독 의무 현실화를 위해 도로공사의 건설 현장 검측 업무 매뉴얼도 개정할 방침이다.

사조위원장인 오홍섭 경상국립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사고 이후 현장에 남아 있는 구조물은 발주청의 정밀 조사를 통해 보수 또는 재시공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사고 조사 결과를 정리·보완해 이달 중 국토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