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친화도시는 진화중
무연고 사망 ‘공영장례서포터스’
취약층 발굴 삶의 온기 함께 나눠
처인구 시니어빨래방 2호점 오픈
세탁물 수거·정리 등 어르신 분주
용인시가 어르신일자리 사업에 272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84개 사업, 6천여 개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 조성을 위해 어르신들의 사회적 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용인시는 소외된 이웃을 보듬고 어르신들의 경제적 자립 지원과 공익적 가치를 높여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용인시의 대표적인 시니어 일자리 사업을 살펴본다. → 편집자주
■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
“삶을 포기하려 했지만 많은 분들이 집도 고쳐주고 어려운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응원해 줘서 행복합니다.”
40여 년동안 산속의 무허가 건물에서 반려견인 ‘미남이’와 홀로 생활해 온 김모(64)씨. 암 투병과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비관적이었던 그의 삶을 바꾼 것은 김재빈 공영장례서포터스 단장 덕분이다.
김 단장은 올해 초부터 무연고 사망자들의 마지막 길에 함께하는 시의 공익사업 ‘공영장례서포터스’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단장과 서포터스들은 무연고자들의 장례식장에서 가족 대신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시신 운구부터 화장, 유골 보관까지 상주 역할을 도맡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가 없는 날에는 서포터스들이 각각 담당하고 있는 50여 명의 기초생활수급자, 홀몸어르신 등을 직접 찾아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며 어려움은 없는지 살핀다. 반려견 미남이 외에는 벗이 없었던 김씨가 삶의 온기를 되찾은 이유는 바로 이들이 있어서였다.
김 단장은 산속의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던 김씨를 위해 서포터스들과 함께 집을 고쳐주고 소외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등 ‘동행자’로 지내고 있다.
■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우리는 일을 하고 싶다.”
처인구의 ‘시니어빨래방’ 2호점이 지난 7월 문을 열었다. 나이는 지긋하지만 마음만은 청춘인 어르신들은 빨래방 오픈과 동시에 세탁물을 수거하고 세탁, 정리를 하며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시는 빨래방 인근 헬스장 2곳, 체육관 1곳 등의 업체와 계약을 체결, 어르신들이 직접 배송업무까지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들은 하루 3시간씩 교대 근무하며 ‘나도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얻고 있다.
특히 사업 참여 어르신들은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자신들이 사회에서 여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시니어빨래방 사업은 전국 최초로 시가 체인화 모델을 도입했다. 지난해 1호점을 시작으로 지난 7월 2호점을 오픈했다. 내년에는 수지구와 기흥구에 추가로 두 곳을 열어 4호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시니어 사업 체인점이 늘고 있는 것은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간지 발간… 시니어 기자·아나도
‘나도 가수다’ 통해 음악단 구성해
올해 일자리 예산 272억으로 증액
84개 사업 6천명 구직… 각종 수상
■ 어르신의 경험, 도시의 생활과 문화를 창조한다
시가 주목하는 또다른 사업은 미디어사업 월간지 발행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퇴직 어르신들은 여전히 일을 할 의지가 있다.
퇴직 전 교수, 교사 등으로 근무하면서 역량과 사회적인 지위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은퇴 후 집에 있게 되면서 느끼던 상실감을 이 사업을 통해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사업은 과거 어르신들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활용, 기자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삶의 기회가 되고 있다.
시니어 기자들은 월간지 ‘사람과 사람’을 발간한다. 기사 취재와 작성, 편집 디자인까지, 시니어 기자들은 지역의 이야기와 문화를 소개하며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시가 선발한 시니어 아나운서들도 유튜브 촬영과 편집, 방송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용인지역의 다양한 소식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시는 또 올해 2월 ‘나도 가수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음악단을 구성, 3월부터 처인노인복지관 바람골 카페에서 공연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복지관이나 경로당 등 어르신들을 위한 무대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방문해 공연을 펼친다.
■ 복지의 꽃은 일자리 창출
시의 어르신 일자리사업은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 지역사회의 복지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책으로 그 의미를 확대하고 있다.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경험과 지혜를 가진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한 사업도 수립하는 등 어르신들을 위한 시의 복지정책은 진행 중이다.
올해 시가 어르신 일자리 확충을 위해 수립한 예산은 총 27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5%p 증액됐다.
일자리사업은 공익형(36개), 역량강화형(33개), 공동체형(14개), 취업지원형(1개) 등 총 84개 사업으로 6천여 명의 어르신들이 사회 활동 기회를 얻었다.
시는 지속적인 어르신 일자리 관련 사업을 늘려 지난 7월11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제14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인구정책 유공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달 25일에는 2025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같은 성과는 어르신 복지분야에 인공지능(AI) 돌봄 서비스 체계 구축과 일자리 창출 등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시의 인프라 확충,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정책 등이 가져온 결과란 평가다.
■ 용인시의 노인 복지는 어디까지
시는 지난해 WHO(세계보건기구)로부터 고령 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GNAFCC) 가입 인증을 받으면서 어르신들을 위한 사회 전 분야의 복지정책을 수립·운영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고령 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는 주거·환경·사회 참여 등 8개 분야 평가를 통과해야만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어르신 일자리는 단순한 시설과 환경 정화 활동에서 나아가 보육과 안전, 문화, 생활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참여 어르신들은 경제적 지원과 함께 자존감을 높이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자립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상일 시장은 “어르신들이 가진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어르신 일자리사업은 이들이 다양한 세대와 공존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중요한 복지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더 나은 정책과 일자리 창출을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는 이외에도 ▲출퇴근 시간 경전철 역사 질서를 유지하는 ‘메트로 사업단’ ▲돌봄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하는 ‘어린이집 돌봄 도우미’ ▲시청에 마련된 세차장에서 일하는 ‘에코스팀 효 세차장’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책임지는 ‘등하교지킴이’ 등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용인/김성규·오수진기자 seong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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