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보다 ‘회피’가 문제… 갈등·혼란 초래
‘만석동 건폐물 처리사업’ 안되는건 안 돼
분쇄시 분진, 주민 생존권 위협해 ‘부적합’
업체가 반발해도 변함 없이 ‘무리한 제안’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며 서로에게 제안을 한다.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면 제안을 들어준다.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누군가 상대에게 무리한 제안을 하기도 한다. 제안을 받은 사람이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언쟁이나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제안하는 사람이 아무리 이해를 구하더라도 수용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 마련이다.
언쟁이나 다툼보다 더 큰 문제는 무서워 회피하는 거다. 적절하지 않은 대응은 오해를 부르고 갈등과 혼란을 초래한다. 단호하게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라고 명확히 의사 표시를 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동구도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을 받았다. A 업체는 동구 만석동2-135번지에 건설폐기물(폐아스콘) 처리사업 계획서를 지난 5월29일 제출했다. 폐아스콘을 재활용하기 위해 분쇄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 쓰겠다는 것이었다. 아스콘이란 ‘asphalt concrete’의 줄임말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축자재를 의미한다. 아스콘이라는 건축 자재를 분쇄할 때 나오는 분진이 공장 주변으로 퍼지면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소음, 중금속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로 주민의 생존권이 침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폐아스콘을 옮기기 위해 대형 트럭들이 지나다니면 어린이와 노약자들의 보행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만석동 폐아스콘 파쇄공장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월21일 동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폐아스콘 공장 가동이 주민 생존권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으니 결사반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동구 의회도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에 동참했다. 동구의회는 지난 7월25일 본회의를 열고 ‘주민 생존권 위협하는 만석동 폐아스콘 공장 설립 반대 결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의회는 주민 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안되며 전면 철회를 강력 촉구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책임 있는 행정 조치를 즉각 시행되고 향후 유사 갈등 방지를 위해 혐오시설 건립의 경우 주민 참여와 의견 반영 절차를 제도화할 것도 촉구했다.
필자는 주민과 의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지난 7월31일 A 업체 측이 제안한 건설폐기물(폐아스콘) 처리사업 계획서에 대해 ‘부적합’을 통보했다. 주민 안전과 생존권을 책임지는 동구청장으로서, 주민들의 의견과 의회의 반대 등 모든 총의를 모은 결정이었다.
‘안되는’ 이유는 예정부지에서 180m 떨어진 곳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위치하고 있다. 특히 사업예정지 반경 1㎞ 이내에는 만석동 전 지역이 포함됐고 심지어 초등학교도 위치해 있다. 주민들의 주거·교육·복지 중심 생활권에 유해시설에 가까운 공장이 들어서는 것이다. 특히 만석동은 고령층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환경피해 민감도가 높다. 6월 말 기준 만석동 주민 수는 6천190명이며 이 중 28%인 1천739명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집계됐다. 아스콘 처리사업 ‘허가’는 동구 나아가 제물포구의 미래 발전도 저해할 수 있다. 사업 대상지 일대는 인천시가 추진하는 제물포르네상스 사업구역으로 수변공간 조성을 통한 문화·관광자원화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낙화난상지(落花難上枝)’라는 말이 있다. 꽃이 떨어진 후 다시 가지에 붙기 어렵다는 의미다. 동구가 아스콘 처리사업 ‘허가’와 관련해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동구는 제물포 출범을 앞두고 주민 생존권과 지역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아스콘 처리업 ‘허가’가 진행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A 업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A 업체는 본인들이 한 제안을 무리한 ‘제안’이라 생각하지 않고 정당한 권리라 생각할 수 있다.
동구 주민들의 생존권과 건강권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설사 A 업체와의 소송전이 진행되더라도 필자는 주민들과 함께 기필코 이겨낼 것이다.
/김찬진 인천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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