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천하무적(籍)이 될 순 없다
용인할 수 없는 학교의 결정… 적 둘 곳이 사라진다니
지도교수 구령 맞춰 ‘홀새김첫단’ 특유의 리듬·기합 살려 수련
교내 시위·서명운동도 “후배들 위해 2027학년도엔 부활” 포부
“이크 에크 이크 에크!”
힘찬 구령소리가 택견 수련관을 가득 메웠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은 바로 용인대학교 무도대학에서 택견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다. 이날 학생들은 택견 특유의 리듬과 기합으로 전통 무예 수련의 진수를 보여줬다.
수련은 택견의 기본 몸풀기 동작인 앞엣거리로 시작됐다. 학생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리듬을 타고, 기합에 맞춰 손과 발을 힘차게 뻗으며 기술을 선보였다.
이어 지도 교수의 구령에 맞춰 홀새김첫단이 진행됐다. 이는 택견의 기본 몸놀림과 방어·공격 기술이 체계적으로 연결된 동작으로, 태권도의 품새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총 6가지 동작으로 구성된 이 수련은 타격, 잡기, 차기 기술 등을 아우르며 택견의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데 중점을 둔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샌드백에 발질을 연속적으로 가하며 시원한 타격음으로 무더위를 날려버릴 듯한 기세로 훈련에 임했다. 수련관은 어느새 땀과 열정으로 달아올랐고, 마치 한여름 도로의 아스팔트처럼 후끈해졌다.
대한민국의 전통무예인 택견은 일제 강점기 금지되어 사라졌다가 198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되었다. 이후 무예 중 최초로 2011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 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용인대학교 동양무예학과는 국내 최초로 전공 과정을 개설해 지난 25년간 수많은 택견 인재를 양성해왔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한 택견 4년제 고등교육기관으로, 전공 개설 초기 6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40여 명의 전공생이 활동하며 상생공영의 택견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용인대학교가 2026학년도부터 택견 전공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학과 폐지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무도대학 관계자는 “학교 구성원 간의 민주적인 의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타당한 근거 제시 없이 졸속·파행·보복적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고 비판했다. 재학생들 역시 학교 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발하며 교내시위와 서명운동 등을 이어가며 학교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택견 전공 특성상 입시 준비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입시생들 또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한 신입생은 “함께 입시를 준비하던 후배들 대부분이 재수를 선택하거나 다른 학과로 진로를 바꾸고 있다”며 “후배들을 위해 27학년도에는 학과를 반드시 부활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한민국 헌법 제9조에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택견은 계승·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장경태 용인대학교 동양무예학과 교수는 “택견 학과 부당한 폐지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반하는 행위이며, 대한민국 전통 스포츠의 미래를 스스로 끊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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