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의 빛이 스며드는 순간, 오래된 보릿대의 결은 생명을 얻는다. 맥간공예연구원 예맥회가 주최하는 ‘정예작가전’이 오는 9월1일부터 30일까지 시흥에 있는 한국공예체험박물관에서 열린다.
맥간공예는 들녘의 시간을 예술로 길어 올리는 작업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초여름 햇살 아래 익어간 보릿대, 그 껍질을 벗기고 속대를 삶아 건조하면 안쪽에 고스란히 남은 결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단순한 무늬가 아니라, 자연과 시간이 새겨놓은 삶의 흔적이다. 이 결이 빛을 만나면 그림자가 생기고, 음영은 다시 입체감을 만들어내며, 작품은 마침내 살아 움직인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건축물이 설계도를 거쳐 세워지듯, 맥간공예도 결의 방향과 배치를 치밀하게 도안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특허청에 등록된 맥간공예연구원의 독창적인 도안기법(특허 제10-156276호)에 따라 2년 6개월에 걸친 긴 작업 끝에 완성된 정수다.
전시에는 이상수 맥간공예연구원장을 비롯해 수석전수자 우윤숙·이은지, 특별전수자 임경순·송경화·김명숙·배민정·김혜정, 일반전수자 허승미·서은지·이미혜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총 33점의 작품이 공개되며 관람객들은 빛과 결이 빚어낸 다채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 한켠에는 즉석에서 구입할 수 있는 소품들도 마련돼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공예의 자리를 넘어선다. 자연이 남겨준 흔적과 인간의 손길이 만나 빚어낸, 빛과 결의 예술을 체험하는 시간이 될 예정이다. 보릿대의 여린 속살이 품어온 긴 세월의 이야기를,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고요히 마주하게 된다.
/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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