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회관 돌아온 ‘커피콘서트’ 첫 무대
37년 만에 돌아온 70년대 최고의 디바
‘개여울’부터 이효리 함께한 ‘엄마의 봄’까지
세월이 빚어낸 목소리에 관객들 감동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
1972년 정미조가 데뷔 음반에서 부른 공전의 히트곡 ‘개여울’은 심수봉, 말로, 아이유 등 수많은 디바가 리메이크한 시대를 초월한 명곡입니다.
지난 2016년, 37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1970년대 최고의 디바 정미조가 컴백 이후 처음으로 인천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2025 커피콘서트 여섯 번째 무대 ‘정미조 - 꿈꾸는 어른의 노래’입니다.
정미조는 1972년 데뷔하자마자 ‘개여울’ ‘그리운 생각’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이화여대 미술대학 출신인 정미조는 인기가 절정이던 1979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프랑스 파리로 미술 유학을 떠납니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2~3년만 노래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7년이 훌쩍 지나갔다”며 “미술 공부를 영영 못할 것 같아서 다 접고 파리 유학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10년 넘는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정미조는 국내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5년 정년 퇴임합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년 퇴임 이후에 가수 최백호 씨가 다시 노래를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유했어요.”
정미조는 음악계에서 은퇴한 지 37년 만에 새 앨범 ‘37년’을 발표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재즈와 월드뮤직을 받아들인 컴백 앨범은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선정한 2000년대 100대 명반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서 초반부에 부른 ‘귀로’가 컴백 앨범 타이틀곡입니다. 이 곡에서 기타를 연주한 기타리스트 박윤우가 공연에 함께해 따스하고 아련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펼쳤습니다. “나 그리운 그 곳에 간다, 먼 길을 돌아 처음으로” 같은 가사가 나오는 정미조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곡입니다.
객석은 매진이었습니다. 중장년층 관객이 대다수였는데, 감동에 젖어 열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추억과 새로움을 동시에 주는 공연이었습니다. 정미조는 ‘석별’ ‘7번 국도’ 등 새 노래와 ‘그리운 생각’ ‘개여울’ 등 새롭게 해석한 1970년대 히트곡들을 함께 불렀습니다. 지난해 발표한 새 앨범 ‘75’(정미조의 나이를 뜻하는 앨범 타이틀)에서 가수 이효리와 함께 부른 ‘엄마의 봄’, 드라마 ‘나의 아저씨’ 주제곡인 ‘어른’, 프랑스 유학 시절을 떠올리며 부른 샹송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습니다.
삶과 이별, 죽음 같은 주제를 세월이 빚어낸 깊은 목소리로 부른, 공연 제목처럼 ‘어른의 노래’라 하겠습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감각의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던 것은 기타 박윤우를 비롯해 피아노 이명건, 콘트라베이스 정영준, 드럼 이도헌 등 굵직한 뮤지션들의 연주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캐나다의 전설적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Joni Mitchell)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번 무대는 인천문화예술회관 리모델링 공사로 지난 2년 동안 외부 공연장에서 개최된 커피콘서트가 새로 단장한 예술회관 소공연장으로 돌아온 첫 공연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2008년 시작된 커피콘서트는 매달 셋째 주 수요일 오후 2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개최하는 마티네 콘서트인데요. 공연 전후로 커피 한 잔을 주기 때문에 커피콘서트입니다.
이젠 예전처럼 접근성 좋고, 리모델링으로 한층 개선된 예술회관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평일 오후 일상에 변화를 주기 좋은 공연이죠. 텀블러를 들고 가면 더 좋습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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