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고, 타버리고, 잠기고… 현실이 된 기후위기

용인시 남사읍 소재 조경수 농가. 목련나무 이파리가 시들어 있다. 2025.8.22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용인시 남사읍 소재 조경수 농가. 목련나무 이파리가 시들어 있다. 2025.8.22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22일 오전 10시께 찾은 용인시 남사읍 한 조경수 농가. 비닐하우스 입구에 서 있는 목련나무들은 이파리 끝이 갈색으로 변한 채 잔뜩 오그라들어 있었다. 하우스 뒤로 펼쳐진 밭엔 초록빛을 띠는 조경수들이 가득 심겨 있었지만, 곳곳에 새카맣게 변해 바싹 말라버린 나무들이 보였다. 올해 봄 자작나무 묘목 3천500그루를 심었지만 더위로 3분의 2가 죽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수십 년째 조경수를 재배한 구자광(60)씨는 “공기가 너무 뜨거우니까 나무들이 이파리가 타거나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경기도 내 화훼농가가 시름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여름이 길고 뜨거워지면서 꽃과 나무가 버티질 못한다는 설명이다.

무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져 식물들이 쉽게 병이 드는 것도 골칫거리다.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곰팡이성 전염병이 유행하는 기간도 늘었다. 특히 꽃을 재배하는 온실은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작동해 공기가 순환하는 탓에 화분 하나가 병이 들면 주변 화분까지 전염되기 십상이다.

용인시 남사읍 소재 호접란 농가. 호접란을 재배하는 박승동씨가 폐기한 호접란을 정리하고 있다. 2025.8.22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용인시 남사읍 소재 호접란 농가. 호접란을 재배하는 박승동씨가 폐기한 호접란을 정리하고 있다. 2025.8.22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이날 찾은 호접란 재배 농가 한켠에는 빨간색 포대 자루 수백 개가 쌓여 있었다. 포대 자루를 열자 시든 호접란 꽃봉우리와 가지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 6월부터 두 달 동안 이 농가는 호접란 5천개가량을 폐기했다. 원래 같았으면 1년동안 버려지는 양이다. 박승동 한국화훼협회 경기지회장은 “오전 8시만 돼도 기온이 32도까지 치솟고 저녁에도 해가 늦게 지니까 물이 식을 겨를이 없다”며 “따뜻한 물을 맞은 식물들은 쉽게 곰팡이가 피어 죽는다”고 했다.

이달 초 경기 북부에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고양시 화훼 농가는 식물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독자 제공
이달 초 경기 북부에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고양시 화훼 농가는 식물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독자 제공

날씨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농가에 기후위기는 현실이다. 이달 중순 경기 북부에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다육식물과 선인장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흙탕물이 식물의 숨구멍을 막아 괴사한 것이다. 간신히 살아 남은 식물들도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가 40도까지 오르면서 말라 죽고 있다.

박 지회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날씨가 더워지면서 꽃과 나무가 점점 자라기 힘들어진다”며 “기존 대책에서 벗어나 기후위기를 반영한 화훼 분야 연구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