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미뤄진 서울공항 고도제한 완화

市 면적 58%가 수십년간 주거·개발 제약

군사기지법 시행령 개정 등 첫 단추일뿐

건축물 높이는 근본적 완화 강력히 촉구

신상진 성남시장
신상진 성남시장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의 연극 제목이 서울공항 주변 성남시민들의 현실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개발의 제약 속에서 고도제한 완화라는 ‘고도’를 오랜 세월 기다려왔지만, 그 약속은 번번이 미뤄져 왔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림만으로는 안 된다. 성남의 도시 미래와 시민 재산권 회복을 위해 고도제한 완화는 반드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성남시 면적(141.8㎢)의 58.6%에 달하는 83.1㎢가 비행안전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 안에서 주거와 개발은 수십 년 동안 제약을 받으며 사실상 정지 상태였다.

2013년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가 롯데타워 건설로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구역 재조정은 10년 넘게 방치됐다.

그 사이 노후 주거지는 점차 활력을 잃어 갔고, 재개발·재건축 사업성도 고도제한 규제로 번번이 제약을 받아왔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해 왔다. 실제로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도 ‘성남시 고도제한해제범대위 초대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시민들의 염원은 단순했다. “우리 삶을 옥죄는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시장이 된 지금,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

성남시는 2023년 ‘제3차 고도제한 완화 연구용역’을 착수해 제도적·기술적 대안을 마련했고, 국방부 등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 결과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군사기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어 건축물 높이를 산정할 때 ‘가장 낮은 지표면’을 기준으로 하던 불합리한 규제가 사라졌다. 이는 수진1, 신흥1구역 등 원도심 재개발 사업성에 숨통을 틔워줄 결정적 성과다.

또한 국방부는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 변경에 따른 ‘비행안전구역 조정’을 일부 수용해 9월 고시가 유력하다. 야탑·이매 등 일부 지역은 2구역에서 6구역으로 완화되어 건축 가능 높이가 올라가고, 수십 년 묶여 있던 주민 재산권이 회복될 길이 열린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이번 성과는 고도제한 완화의 ‘첫 단추’일 뿐이다.

성남시는 국방부에 ▲서울공항 비행기 선회경로를 서측으로 변경하는 방안 ▲특별선회접근 절차 수립 ▲보수적으로 설정된 최저강하고도의 여유 범위만큼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방안 등 실질적으로 건축물 높이를 높일 수 있는 근본적 완화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공군의 안전과 시민의 권리는 상충되지 않는다. 기술적·제도적 보완책을 병행한다면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

고도제한 완화는 단순한 건축 규제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도시 경쟁력과 직결된 과제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막힌 도시는 활력을 잃는다. 청년들이 떠나고,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며, 결국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성남은 이미 판교테크노밸리로 대표되는 미래 산업을 이끌 거대한 성장 엔진을 품고 있으며 위례 포스코 글로벌센터, 제4테크노밸리 같은 미래의 혁신자원을 더해 글로벌 4차산업 특별도시로 도약하고 있는데 원도심이 고도제한에 묶여 있다면 신·구도심의 불균형은 더 커질 뿐이다. 성남 전체가 고르게 발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시민의 오랜 숙원이다. 수십 년간 시민들은 집을 고치거나 아파트를 재건축하려 할 때마다 ‘고도제한’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혔다. 집값 하락, 사업성 저하, 생활 불편으로 이어진 이 불합리한 규제는 이제 국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중앙정부와 국방부가 성남시와 손잡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주인공들은 끝내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다 막을 내린다. 그러나 성남은 다르다. 우리는 오랜 세월 기다린 시민의 염원을 반드시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고도를 기다리며’ 숨 고르던 도시 성남이 이제는 더 높이, 더 자유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고도제한 완화를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민을 위한 정의이고, 성남의 미래를 위한 책임이다.

/신상진 성남시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