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를 먹지 않고 어찌
물고기의 참맛을 알겠는가’
송나라 시성 소동파도 극찬
복의 감동, 독 두려움 잊게 해
예측 불가능한 경험의 산물
중국 송나라의 시성(詩聖) 소동파는 유명한 미식가였다. 그는 ‘복어를 먹지 않고서 어찌 물고기의 참맛을 알겠는가(不食河豚,焉知魚味)’라며 극찬했다. 그가 말한 맛이 생선 살 자체의 풍미였는지, 독을 피하며 살아남은 자만이 느끼는 황홀함까지 포함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봄철 양쯔강 일대에 복어가 제철이라는 기록으로 보아 소동파가 즐긴 것은 ‘황복(黃鰒)’이었을 것이다. 황복은 바다에서 자라다가 알을 낳으러 강으로 올라온다. 산란기의 황복은 살집이 차오르고 맛이 깊다. 황복은 보호어종이라 허가 없이는 잡을 수 없다. 잡더라도 봄철 임진강에서 딱 1주일만 맛볼 수 있다.
우리가 평소 먹는 복어는 참복, 까치복, 밀복 등 8종 남짓이다. 참복의 공식 명칭은 ‘자주복’인데, 복중에서 가장 맛이 좋은 고급 어종이다. 그래서 주로 회, 수육 등으로 소비한다. 졸복은 작은 자주복이다. 노란색 지느러미가 있는 ‘까치복’은 횟감으로는 잘 안 쓴다. 주로 탕이나 찜으로 먹는다. 밀복은 수입이 안 된다. 그래서 국내산 복을 원한다면 밀복이 적당하다. 복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어종보다 상태이다. 살아 있는 활복(活鰒)이라면 금상첨화지만 신선한 생복(生鰒)도 맛이 좋다. 생복을 급속 냉동한 선동복은 주로 구이로 쓰인다.
복어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도시는 부산이다. 흔히 부산의 명물로 돼지국밥과 밀면을 꼽지만, 진짜 부산의 음식은 복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호젓한 여유로움과 세월을 복과 함께 끓이는 각 골목의 노포 복집은 부산의 자랑이다. 그중에서도 영주동 육교 밑의 ‘할매복국’은 복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다. 복수육을 주문하면 회무침을 포함한 밑반찬이 먼저 나온다. 기본 반찬에 소주 한 병을 비울 때쯤, 널따란 접시에 먹음직스러운 복수육이 등장한다. 콩나물 몇 가닥을 얹어 한 점 집어 들면 복어 특유의 단단하면서도 매끈한 살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넘칠 듯 탄력 있는 식감이 일품이다. 복수육은 속살의 깊은 맛과 탄탄한 질감이 상호 파동을 이룬다. 이 맛이 어느 순간 쫄깃함과 부드러움으로 바뀐다. 다채로운 식감의 완결판이다. 이런 감동은 복에 독(毒)이 있다는 두려움과 긴장감을 잊게 한다.
이 집의 감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복수육을 주문하면 1인당 한 뚝배기씩 복국이 나온다. 복국을 한술 뜨니 “앗, ××”. 자연스럽게 욕이 나왔다. 그리고 “와~”라는 감탄사가 이어졌다. ‘욕과 와~’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오는, 음식점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다. 복국에 식초 세 방울만 떨어뜨리면 뚝배기 안에서는 마법이 일어난다. 복국 맛의 깊이와 입체감이 동시에 확장한다. 이유를 화학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경험칙상 분명한 진리다. 속이 여린 사람일수록 거친 말이라는 방어기제를 장착한다. 복 역시 이런 여린 속살 때문에 독을 가득 품은 것일까? 독을 제거한 복의 속살은 최상의 식감을 선물한다.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일상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복어라는 묵직한 맛도 안전하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경험의 산물이다. ‘복(鰒)’은 ‘복(福)’과도 같은 존재이다. 언제나 맛있게 음식(鰒)을 즐기면 행복(福)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아! 이 맛난 복어는 얼마나 많은 조상의 목숨값이더냐?
/조용준 경제학박사·안산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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