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공동묘역 유해발굴 사전절차로 분묘 일제 조사 안내문과 분묘번호가 곳곳에 꽂혀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선감학원 공동묘역 유해발굴 사전절차로 분묘 일제 조사 안내문과 분묘번호가 곳곳에 꽂혀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손해배상 소멸시효는 불법행위 피해자 등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하는 제도다. 민법상 3년 시효를 적용받는데, ‘선감학원’ 사례처럼 수십년 전 발생한 사건들은 진실규명 과정 중에 국가배상 소멸시효가 임박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 선감학원 피해 배상에 대한 상소 포기로, 피해자들에 대한 실제 배상의 길이 열린 상황에서 ‘소멸시효’가 피해자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따르면 선감학원 관련 국가배상 소송 법률지원 접수는 소멸시효가 만료되는 올해 10월까지다. 현재 민법과 판례 등에 따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과거사 국가배상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0월 20일이 되면 선감학원 사건과 관련해 진화위의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지 3년이 된다. 문제는 여러 사유로 인해 국가배상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진화위를 통해 피해를 공식 인정받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았거나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등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와 유족 중에선 아직 미참여자가 여럿 있다는 게 대리인단의 전언이다. 피해자가 세상에 나와 피해를 알리는 것에도 큰 결심이 필요하다. 아울러 고령이거나 정보에 소외돼 있을 경우, 이런 소송참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게 사실이다. 피해 회복에도 시간이 필요한데, 소멸시효가 피해자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국가폭력 관련 과거사의 경우 소멸시효를 배제해야 한다. 현재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의 방안이 담긴 진화위법 개정안은 국회에 제출됐지만, 계류된 상태다. 과거사의 경우 수십 년이 지난 사건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 사실 입증과 증거 등도 확보해야 해 시간적 여유도 적다. 지난 5일 선감학원과 형제복지원에 대한 법무부의 국가배상 상소 포기 발표 이후 소멸시효가 지났거나 만료를 앞둔 과거사 국가배상의 참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형제복지원도 2022년 8월이 돼서야 진실규명이 결정됐고, 부산의 영화숙·재생원 사건과 삼청교육대 등도 피해자가 배상을 요구하는 과거사다. 시간은 피해자 편이 아니다. 국회가 서둘러 개정안을 처리해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