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명한 조항, 지역경제도 악영향
‘문제 생기면 개정’ 정부 대응 불안
법 본격 시행까지 6개월 유예 기간
뚜렷한 가이드라인 마련 요구 커져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뒤(8월25일자 1면 보도) 재계는 물론 정치권과 온라인 상에서도 해당 법의 해석이 엇갈리며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행일까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기업 경영권을 침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노란봉투법 폐지 촉구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국민동의 청원이 이날 기준 4만5천명의 동의를 받았다. 5만명 이상 동의받은 청원은 소관 상임위에 자동 회부된다.
청원인 이모씨는 “노란봉투법은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불법 파업에 대한 책임을 면제한다”며 “기업 해외 유출, 청년 일자리 위기, 외국기업 철수 우려 등을 유발할 것으로 폐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청원인이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우려를 표한 배경에는 이 법에 대한 극명히 엇갈린 평가가 있다.
노동 친화적인 성향을 지닌 정치 집단에선 노란봉투법을 꾸준히 요구해 왔고, 반대로 기업 친화적인 정치 집단은 ‘악법’으로 규정하며 제정을 막아왔다. 국회 통과 이후에도 이런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구체적인 근거 없이 악영향만을 강조하는 글이 돌고 있어 문제다.
국내 최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날의 인기글로 부동산 게시물이 아닌 노란봉투법 관련 게시글들이 대거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신규 투자 축소, 건설사업 불황 등 대체로 불안감을 호소했다.
현재 노란봉투법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조항은 노동조합의 ‘손해배상 등 책임 면제 범위’와 ‘사용자 범위 확대’에 대한 내용이다. 손배 책임이 면제되는 파업의 형태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와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업체들까지 원청에 모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 등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4일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는 “노동조합법 개정(노란봉투법 통과)으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되었지만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경기도는 재건축·재개발과 SOC 사업 등 건설업이 가장 활발하고 외국인 투자 기업이 많은 만큼, 혼란이 지속될수록 지역 경제 타격도 커질 수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 등의 업계는 제조 과정에서 수많은 하청업체가 관여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건설, 제조업 산업 구조에선 우려처럼 원청 기업이 수많은 하청 노조의 파업 등을 직접 대응할 경우 경영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불법 파업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과 노조의 협상 시기, 방식을 정하는 등의 구체적 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법 조항으로 기업도, 노동자도 제대로 법의 파장을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하청의 사용자 범위가 원청까지 적용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이 안 되고 있다. 일단 시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개정하겠다는 식의 대응은 우려처럼 기업 엑소더스를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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