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죽음, 바다 오염과 연결… 한국은 시스템·법 모두 미흡”

 

국내 부검 수의사 손가락에 꼽혀 관심 받지 못하는 현실 방증

고래 없인 바다 멈춰… 죽어가는, 죽은 고래 메시지 주목 이유

日 지역 네트워크 잘 마련된데 비해 韓, 죽은 고래 연구 많은 노력·도움 요구

상괭이 年 1천마리 이상 감소… “고래 통해 바다 관리 꿈” 국민 관심 호소

국내 첫 해양동물 수의사인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는 “사람과 해양동물이 어떻게 하면 더불어 잘 살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면서 해양동물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국내 첫 해양동물 수의사인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는 “사람과 해양동물이 어떻게 하면 더불어 잘 살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면서 해양동물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깊고 푸른 바다. 고래들은 그 속에서 자신들만의 주파수와 독특한 소리로 먹이를 찾고 소통한다.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는 끝을 가늠하기 힘든 바다의 신비를 담고 있기도 하다. 무엇을 보든 상상 그 이상의 경이로움과 놀라움을 마주하게 되는 고래들의 세상. 그리고 더 넓게는 수많은 해양동물들이 사는 그곳 바다.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는 국내 첫 해양동물 수의사로서, 이미 오염되고 훼손된 바다에서 사람과 해양동물이 어떻게 하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 고래는 어떤 존재일까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에 고래 되게 많아요.”

다큐멘터리나 사진으로만 접했던 고래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발견된다는 이야기를 이 대표에게 듣고 기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래라고 하면 가끔 그물에 잡히거나 죽어서 해안으로 올라오는 고래류, 또는 제주도에서 본 남방큰돌고래, 우리나라에 가장 많다는 상괭이 정도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참돌고래·낫돌고래·흑범고래·향유고래·보리고래 등 이 대표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서 일했던 2009~2013년까지 기록상으로 발견된 고래 종류는 35종, 실제 이 대표가 우리나라 바다에서 본 종만 10종이 훌쩍 넘는다.

특히 고래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배를 타고 동해에서 만난 돌고래 떼의 모습은 이 대표가 울음을 터트릴만큼 황홀한 광경이었다. “배가 떠 있는 주위로 돌고래 떼가 뛰어 다녔어요. 2천마리 정도 됐는데 주변이 온통 고래들로 가득했죠. 배가 만들어내는 물살을 타고 노는데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당시를 떠올리는 이 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국내 첫 해양동물 수의사인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는 “사람과 해양동물이 어떻게 하면 더불어 잘 살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면서 해양동물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국내 첫 해양동물 수의사인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는 “사람과 해양동물이 어떻게 하면 더불어 잘 살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면서 해양동물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흔히 고래류는 우리와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먹이 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들은 바다의 생명력이 사라지지 않도록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고래의 배설물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적도부터 극지방까지 헤엄치는 고래들은 바다에 영양분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국 이들이 없으면 섞이던 바다가 멈춰버리고 생물의 다양성에도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죽어가는, 혹은 죽어버린 고래들이 남긴 메시지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 연구의 어려움,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플랜오션’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의 활동 모습들. /플랜오션 제공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의 활동 모습들. /플랜오션 제공

우리나라에 고래 부검을 담당하는 수의사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극소수이다. 이 대표는 “일자리가 없는 걸 꾸역꾸역 만들어 내며 살아왔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가깝게는 일본과 비교가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국제포경위원회에 가입돼 있어 상업 포경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은 기구를 탈퇴해 아직도 포경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 또한 같이 진행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일본은 죽은 고래가 나오면 거의 다 점검하고, 연구자들끼리 모인 지역 네트워크도 잘 마련돼 있다며 자신도 사육 돌고래 부검 등을 일본에서 배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시스템과 관련 법은 아직도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죽어 떠밀려온 고래 한 마리를 부검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과 요구, 도움이 있어야 겨우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NGO 설립은 어쩌면 이 대표에게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단적으로 벽이 높은 해양수산분야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가 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기관 외 NGO 역할의 중요함을 이런 사소함에서부터 느낀 이 대표였다. 그는 선진국에서 해양동물에 대한 문화를 공부하고 경험한 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플랜오션’을 만들었다.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의 활동 모습들. /플랜오션 제공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의 활동 모습들. /플랜오션 제공

플랜오션은 연구를 넘어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주도하는 일에 중점을 둔다. 이 대표가 고래를 부검하는 이유도 죽은 원인을 찾는 것 외에 미세플라스틱, 기생충 등의 파생되는 연구들을 돕는 데 있다. 더불어 플랜오션은 상괭이 보전 안건도 IUCN(국제자연보존연맹) 결의안으로 통과시키고, 지역과 지역의 연구 결과를 잇는 것을 포함해 일본·중국 등 아시아와의 협력 네트워크도 만들었다.

“고래가 불쌍해서 이 한 마리를 보존하자는 게 아니에요. 고래들이 가지고 있는 바다의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바다를 제대로 관리하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플랜오션에서 고래는 ‘매개체’, 우리의 ‘심벌’입니다. 이 고래들이 왜 죽는지를 알면 바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느정도 알 수 있거든요. 아직은 힘이 없고 작은 존재이지만, 국민들에게 이 문제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인간과 해양동물의 공존, 어디로 가야할까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의 활동 모습들. /플랜오션 제공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의 활동 모습들. /플랜오션 제공

이미 나타난 이상기후 등 다양한 현상으로 지구가 병들었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환경오염을 가속화시키는 것도 인간이지만, 동시에 멈출 수 있는 존재도 사람이다. 사람들의 합의를 통해 해양오염에 대한 문제의식과 뜻이 하나둘 모이고, 이것이 국가적 정책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수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바다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방법밖엔 없다는 것. 물론 이를 위해 환경 교육도 필요한 부분이다.

“기업들이 운영하는 방식, 개인들이 살아가는 방식, 도시가 개발되는 방식 이런 것들에 대한 게 전부 바다에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생태계 종은 그 지역의 생태계 유지나 건강, 다양성의 중요성과도 연결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선 상괭이가 매년 1천마리 이상씩 줄고 있어요. 이러다가 멸종되진 않을까 걱정인 거죠.”

국내 첫 해양동물 수의사인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는 “사람과 해양동물이 어떻게 하면 더불어 잘 살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면서 해양동물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국내 첫 해양동물 수의사인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는 “사람과 해양동물이 어떻게 하면 더불어 잘 살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면서 해양동물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고래야 금방갈게(ㄱㄱㄱ) 프로젝트’는 플랜오션의 고래와 바다를 위한 본격적인 발걸음이다. 해양동물을 살리는 것을 넘어 이 동물이 왜 이렇게 됐는지를 알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막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이에 대한 판단과 연구의 시작점이 되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하지만 이 대표 혼자 동분서주하며 지원과 초기 자본을 마련하기엔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 열정을 갖고 일을 해나가는 이 대표의 뜻을 함께 끌어줄 동력이 절실했다.

굳이 왜 이 힘든 길을 가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먼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보여준 이 대표의 에너지가 그 답이 되었다. 고래와 해양동물, 바다에 대한 그의 열정은 아직은 부족하고 미숙한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바꾸고자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명감 같았다.

“왜 이렇게 생각처럼 빨리 안바뀔까 했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뭐가 문제인 것 같아?’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좋은 것 같아?’라며 말을 걸어주시는 분들이 천천히라도 생기고 있더라구요. 그러면 언젠간 바뀌지 않을까요?”

■이영란 대표는?

▲사단법인 플랜오션 대표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고래류 전문가그룹

▲대한수의사회 고래질병특별위원회 위원장

▲해양수산부 해양동물 보호위원회 위원

▲충청남도 점박이물범 보호위원회 위원

▲경기도 지속가능위원회 위원

▲국내 최초 해양동물 수의사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