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양국 동맹의 정신과 가치를 재확인하는 성과를 거두고 무사히 끝났다. 두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 앞서 안팎의 우려가 컸다. 특히 트럼프가 안보·경제 청구서 관철을 위해 이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회담 직전 대통령실 3실장이 대통령에 앞서 미국으로 직행해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또 정상회담 수 시간 전에 한국의 특검 활동을 강력히 비판하는 트럼프의 SNS 메시지가 공개돼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러나 회담 전 우려와 긴장은 막상 공개 회담이 시작되자마자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 대통령은 실용적 외교 화법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유럽, 중동의 전쟁 종결에 개입 중인 트럼프를 ‘피스 메이커’로 호칭하며 한반도 평화의 피스 메이커 역할을 요청했다. 미국과의 직접 담판에 집착하는 북한과 이에 호의적인 트럼프를 외교 지렛대로 삼아 남북관계 개선과 한미 정상 신뢰 확보라는 성과를 동시에 구현했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 ‘페이스 메이커’로 자신을 낮추었지만, 한미 정상 간의 신뢰 구축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국 레버리지를 챙기는 실리를 얻었다.
공개 회담에서 반전된 분위기는 비공개 공식 회담으로 이어졌다.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 한국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예상됐던 갈등 의제들이 회담 테이블에서 내려갔다. 대신 지난달 말 양국이 합의한 한미 통상협상안은 양국 정상의 추인으로 확정됐다. 양국 정상의 신뢰를 바탕으로 통상합의와 안보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 조율은 실무진에 넘긴 것이다. 트럼프가 직접 구체적인 요구를 압박해 관철한 앞선 정상외교 사례에 비하면 파격적인 호의다.
정상회담 직후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행보는 이어졌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한국은 안미경중(安美經中)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발언했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에 동참해야 할 한미동맹을 강조함으로써 중국에게 신중한 대한(對韓)외교를 촉구하는 외교적 화법으로, 이재명식 다자외교의 서막을 열었다. 이 대통령이 먼저 국방비 증액을 거론하고 한미 원자력 협력의 물꼬를 튼 것도 동북아 주변국에게 의미심장한 외교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미, 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와 현재의 갈등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상 간, 국가 간 신뢰와 우호 강화로 문제해결에 이르는 실용외교를 선보였고,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실용외교의 성공도 결국은 현실적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실무진에게 위임된 갈등 현안 관리에 이번 순방외교에서 확보한 정상 간의 신뢰를 활용해 실용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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