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자전거로 15분 내 일상생활 서비스
파리 시장의 ‘친환경 도시재생’ 프로그램
기후위기 대응·사회적 불평등 해소 접근
DUT 선정된 인천시 ‘i분 도시’ 개발 계획
지난달 초 뉴욕타임스에 재미난 기사가 실렸다. 파리 주재기자 캐서린 포터가 보내온 소식. ‘센 강에서 다시 수영할 수 있어요. 믿으세요. 방금 제가 했다니까요’쯤 되는 제목을 달았다. 아이티 대통령 암살사건 보도로 2022년 미국의 권위 있는 저널리즘상 중의 하나인 조지 폴크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로도 오른 기자는 자신이 직접 강에 뛰어든 경험을 바탕으로 르포를 썼다. “토요일, 센 강에서 수영했다. 생 루이의 우아하고 오래된 저택들과 저 멀리 늘어선 센 강의 돌다리들이 보이는 파리의 중심부 근처에서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보름 전 ‘뉴스 중의 뉴스’로 불리는 AP통신도 센 강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세 곳의 공공 수영장이 문을 연 이후 파리지앵들에게 센 강 수영은 ‘꼭 해봐야 할 일’로 자리 잡았다.” 이달 말까지 무료로 운영되는 센 강의 천연수영장은 노트르담 성당 인근, 베르시 공원 옆, 그리고 에펠탑 근처에 위치한다. 특히 에펠탑을 배경으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그르넬 수영장은 여행 블로그에서도 단박에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1923년 통행 선박의 증가와 심각한 오염으로 입수가 금지된 이후 100년만에 다시 센 강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게 된 데에는 안 이달고(Anne Hidalgo) 현 파리시장의 공이 절대적이다. 사회당 소속으로 최초의 여성 파리시장이기도 한 그녀는 친환경 정책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이 모든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15분 도시’ 프로젝트는 이달고 시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도시 거주자가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를 재구성하자는 이 제안은 단순한 도시계획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라는 두 가지 거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기도 하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를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과 이민자들이 차별과 격차 없이 공공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개의 전 지구적 과제는 서로 연결된 문제이며, 생태(生態)와 연대(連帶)가 해결책이라고 이달고는 생각했다.
100년만에 다시 수영할 수 있게 된 센 강은 실증사례가 됐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이 열리기 직전 비판적 여론에도 강에서의 수영경기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이유다. ‘수영할 수 있는 센 강’은 단지 올림픽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속가능 도시(sustainable city) 정책의 일환이다. 마크롱 대통령 또한 이 프로젝트를 “국가적 자부심의 원천”이라며 힘있게 밀어주었음은 물론이다.
‘15분 도시’는 28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 프로그램 DUT(Driving Urban Transitions Partnership)의 핵심주제 중 하나다. DUT는 유럽연합이 1천억유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들여 추진 중인 초대형 연구 프로젝트 ‘호리즌 유럽(Horizon Europe)’의 도시 혁신을 위한 핵심 파트너십 프로그램. 과학기술과 사회문제, 그리고 산업혁신을 아우르는 프로젝트의 주제를 실현하기 위한 실행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인천시가 이 DUT에 최종 선정됐다. 한국 도시로는 유일하다. 인천대, 서울대, 한국조지메이슨대,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이달고의 ‘15분 도시’ 개념을 확장한 ‘i분 도시(i-minute city)’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역시 지속가능 도시로의 전환을 꿈꾸는 북유럽의 몇몇 도시들과 교통 시스템, 시민 참여형 도시계획, 디지털 접근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미래를 대비하는 도시 전략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얘기다.
당당하게 내세우고 드러내놓고 자랑할 만하다. 동시에 앞으로의 인천 도시정책 수립에 귀중한 단서가 될 만하다. 화려한 구호, 허세 가득한 비전보다 우리가 무엇에, 어디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더 힘을 쏟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충환 언론학 박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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