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삭제후 허위신고… 타인 못 봐
출동 피해 있지만 공연성 불인정
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 혐의로
수원 영통의 한 패스트푸드점을 상대로 폭발물 설치 자작극을 벌인 배달기사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허위 신고로 많은 시민이 대피하고 경찰특공대가 출동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지만, ‘공연성’이 충족되지 않아 공중협박죄는 이번 사건에 적용되지 못했다. 현행법이 이런 ‘스와팅’ 범죄를 포괄하지 못하면서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8월20일자 7면 보도)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다.
26일 수원영통경찰서는 전날 20대 남성 A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한 상태에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17일 수원시 영통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대해 ‘배달이 늦고 직원이 불친절하다, 폭발물을 설치하겠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린 뒤, 제3자인 척하며 112에 허위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점포는 1시간40여 분가량 영업이 중단됐고, 매장이 입점한 해당 건물 이용객 4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해당 점포 배달 주문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관계자로부터 “배달이 늦다”는 지적을 받고 앙심을 품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A씨가 협박 글을 곧바로 삭제해 타인이 보지 못했고, 직접 허위 신고를 하며 자작극을 벌인 점을 고려해 공중협박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지난 3월 형법 개정으로 신설된 공중협박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겠다는 뜻을 공연히 협박’하는 경우를 제재하는데, 최대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 이하로 처벌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협박성을 담은 글이 곧바로 삭제될 경우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법 적용이 어렵다. 경찰특공대 출동과 시민 대피 등 결과적으로 피해 양상과 범죄 성격이 공중협박죄에 부합하지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나 업무방해로 다뤄져야 하는 셈이다.
허위신고나 업무방해로만 처벌할 경우 공중에 대한 위협성과 치안 자원 낭비 문제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행 기준이 스와팅 범죄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제3자나 다수에게 협박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고, 캡처만 하고 글을 바로 지워 공중협박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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