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총선 ‘명룡대전’ 돌이켜 보면 허망

당선자는 정치 꿈 이뤘지만 지역구에 소홀

낙선 당협위원장 당원·주민 원성산 지 오래

與 ‘쉬운 승리’ 野 ‘쉬운 선택’ 기울지 않길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인천에서는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3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계양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누가 출마하게 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광복절 특별사면·복권되면서부터다. 조국 전 대표의 내년 6월 선거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는 부산·경남, 광주·전남 지역을 차례로 방문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 전 대표가 국회 입성을 노릴지, 아니면 지방선거에 도전할지 현 시점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 그는 정계 복귀를 희망하는 지역이 어디인지 공개적으로 밝힌 적도 없다.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향후 관계 설정도 그의 정계 복귀에 변수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인천 정가에서는 조 전 대표가 계양구을 보선 출마를 희망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한국 정치의 변방 인천, 인천에서도 북부권 외곽 경계에 있는 계양구을 선거구가 전 국민에게 각인된 건 2022년 6월 보궐선거였다. 보선 3개월 전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 낙선한 당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출마해 당선됐고 내리 2선을 했다. 계양구을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기에, 지금의 이재명 대통령이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정치권에서는 계양구을을 비롯한 인천 선거 결과는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삼는다. 계양구을 선거구를 ‘민주당 텃밭’으로 보지만 지역 민심이 매 선거마다 민주당만을 향했던 게 아닌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2010년 7·28보선에서 민주당은 계양구을 선거구에 국무총리실 정무수석 출신 김희갑 후보를 전략공천했지만 지역 민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계양구을 지역이 그 ‘명성’에 비해 ‘실속’을 챙기지 못한 건 께름칙하다. 거대 양당은 이 지역 선거에서 ‘빅 매치’를 예고하며 당세를 집중했지만, 선거 이후에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이 지역 유권자들의 여론이다. 2024년 4·10 총선 때 이른바 ‘명룡대전’을 돌이켜 보면 허망하다. ‘미니대선’으로까지 불리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이 지역 현안 중 무엇이 해결됐는가’를 정치권에 물으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계양구을이 ‘여의도 정치’의 필요에 의해 일방적으로 소환됐고 선거용으로 소비됐다는 느낌이 강하다. 명룡대전의 당선자는 정치적 꿈을 이뤘지만 ‘중앙정치의 역할에 충실한 나머지 지역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낙선자는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지역 활동’에 거의 얼굴을 비치지 않아 당원과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산 지 오래됐지만 당은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계양구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할 것 같아 걱정된다. 이 지역을 기반으로 긴 시간 활동한 정치인 또는 정치 지망생이 제대로 된 경쟁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공천에서 탈락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지역에서 키운 일꾼을 중앙 무대로 보내는 선순환 구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의 명룡대전처럼 ‘표적공천’을 통해 의미없는 정치 공방을 부풀리며 각을 세우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좋겠다. 당시 원희룡 후보는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며 출마 선언을 했지만, 지금 되짚어 보면 상대 후보의 ‘비호감’에 기댄 전략으로 일관했다.

여야 지도부 선출이 마무리됐고 새 지도부가 내년 선거를 총괄하게 된다. 계양구을 보선 공천을 말하기에 이른 시기지만, 지역 정가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이미 선거 국면에 돌입한 지 오래됐다. 여당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구에서 반드시 승리를 얻어내야 하고 야당은 민주당의 오랜 아성을 무너뜨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당이 ‘쉬운 승리’를 장담하지 않고 야당이 ‘쉬운 선택’으로 기울지 않으면 좋겠다. 지역 여론과 명분을 고려하지 않고 중앙정치 필요에 따르는 ‘깃발 공천’과 일방적 흠집내기로 일관하며 정치 불신을 키우는 ‘저격 공천’의 공통점은 지역 여론을 예민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바닥 정치를 외면하고 유리한 구도를 형성해 당선을 노리는 정치공학이 지역정치를 망친다.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