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복지제도의 장벽으로 지적돼온 부양의무자 기준이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생계를 이어가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2014년 ‘송파 세 모녀 비극’이 발생한 지 10년 만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그동안 대선 공약에 등장했고, 앞선 정부들도 완화와 폐지를 약속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최근 5년 동안 자살로 생을 마감한 65세 이상 노인은 1만8천명이 넘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고의적 자해(자살)로 숨진 65세 이상 인구는 1만8천44명이다. 매년 노인 3천6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그늘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소득이나 재산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부모나 자녀 등 부양해 줄 가족이 있으면 국가의 생계 및 의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현실에서 제도의 구멍이 크다. 안타깝지만 남보다 못한 가족도 많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에 해당된다 해도 자녀 등 부양 의무자에게 일정한 소득·재산이 있으면, 실제 부양 여부와 상관없이 수급자로서 생계·의료급여 등을 받을 수 없다. 연락이 두절됐거나 그 가족 역시 생계가 곤란한 경우조차 지원받지 못하는 모순이 반복됐다.
27일 보건복지부와 국정기획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생계급여에 대해 2027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할 방침이다. 연 소득 1억3천만원 또는 재산 12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가 있을 경우에만 수급을 제한하는 예외 조항도 없앤다. 앞으로는 본인 가구의 상황만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한다. 의료급여 기준도 대폭 손질한다. 2026년까지 부양비 제도를 폐지하고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완화한다. 실제로 생활비를 지원하지 않아도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해 수급자격에서 탈락시켰던 불합리함을 개선하는 것이다.
‘부양의무자’ 족쇄를 풀면 빈곤에 방치됐던 국민이 복지 안전망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문제는 막대한 재정이다. 사회적 합의와 함께 기존의 부정·부당 지급을 완벽 차단해야 한다. 정부가 ‘사회적 입원 관리 방안’을 함께 추진하는 이유일 것이다. 생계와 의료는 국민 삶의 기본이 된다. 이재명 정부가 ‘빈곤층 제로 사회’를 향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은 만큼 차질 없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또 다른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빈틈없이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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