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계자산의 70% 이상 차지

높은 집값 다시 저출산 원인 악순환

시간 갈수록 주택값 하락세 가능성

초저출산·고령화는 ‘방 안의 코끼리’

향후 50년 한국경제 흔들 핵심 변수

이장연 인천대 경제학 교수
이장연 인천대 경제학 교수

2023년 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Ross Douthat는 ‘한국은 사라지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글에서 한국의 출산율이 전 세계 최저 수준인 0.7명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 세대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드는 급격한 인구 감소로,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보다도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였다. 한국의 출산율 하락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2015년 이후 출산율은 1명 아래로 내려앉았고, 2023년에는 사상 최저치인 0.7명까지 추락했다. 통상 1.5 미만의 출산율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을 ‘초저출산’이라 정의하는데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이 구간에 진입했다.

이로부터 불과 몇 달 뒤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한국이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는 소식이 언론에 쏟아졌다.

고령화 속도 역시 세계에서 손꼽힌다. 한국은 2000년에 고령화사회(7% 이상), 2017년에 고령사회(14% 이상)에 들어선 뒤, 불과 7년만인 2024년에 초고령사회(20% 이상)에 도달했다. 같은 과정을 일본은 10년, 프랑스는 29년, 스페인은 30년에 걸쳐 겪은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여기에 1·2차 베이비붐 세대가 순차적으로 고령층에 편입되면서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70년 인구는 정점 대비 30% 감소하고 노인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한편, 인구구조의 변화와 함께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경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단연 집값 급등이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1986년 이후 연평균 약 7%씩 상승하며 현재까지 6배 이상 뛰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었고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담보가치 축소와 부실채권 증가라는 구조적 취약성에 직면해 있다. 초저출산·초고령화와 주택시장은 이제 별개로 설명하기 어려운 하나의 거대한 과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초저출산과 초고령화가 주택가격에 미칠 충격은 어떠할까? 현재 부동산은 한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OECD 평균(50%)을 크게 웃돈다. 수도권 집중과 공급 부족은 집값을 끌어올렸지만 높은 집값은 다시 저출산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단기적으로는 고령화가 은퇴 대비 저축 수요를 자극하면서 주택을 주요 자산 수단으로 떠받치고 가격 상승을 지탱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하락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구가 줄어들며 주택 수요가 감소한다. 이 두 힘은 서로 상쇄되지만, 결국 시간이 갈수록 초저출산의 영향이 우세해 주택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필자와 인하대 서현덕 교수가 국제 학술지 Economic Modelling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집값은 오는 2035년경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이후 완만한 하락 국면으로 전환되며 2070년에는 고점 대비 약 12%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동 결과가 평균값임을 고려하면 비수도권에서의 집값 절벽 충격은 더욱 클 것이다. 이는 한국의 실제 데이터와 인구학적 추세를 반영한 경제모형의 결과일뿐이지만 사실상 지방은 이미 약세가 시작되었고 이미 저출산·고령화를 경험한 선진국에서 확인된 흐름과도 일치한다.

초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방 안의 코끼리’다. 그러나 여전히 이 거대한 위험은 다음 세대의 과제로 치부되며 조용히 넘어가는 모습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단순한 통계상의 숫자가 아니라 주택시장과 금융안정, 나아가 향후 50년간 한국 경제 전체를 뒤흔들 핵심 변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금융시스템에서는 그 충격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당국과 금융권이 구조적 변화에 대응할 장기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다. 현 정부의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은 그 논의의 시작이다.

/이장연 인천대 경제학 교수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