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공연단, 광복 80周 창작뮤지컬
수원 기생 출신 독립 운동가의 삶 조명
1919년 만세운동 주도 혐의로 옥고 치러
시대가 빚은 인물들 서사 극 재미 더해
“겨울 지나면 봄이 옵니다. 마땅히 올 것을 알기에 겨울을 견디며 살아가지요.”
수원 삼일여학교 졸업식장. 기생 김향화는 권번(민족항일기에 만들어진 기생조합)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학교에서 독립운동가 김세환의 연설을 듣게 된다. “피할 수 없고 가야할 길이라면 그길을 마다하지 말라”는 김세환의 외침은 훗날 김향화가 수원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김향화는 1919년 3월29일 동료들과 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대통령 표창을 받고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았지만 기생이라는 이유로 잊혀졌던 김향화. 그는 어떤 삶을 살았던 인물일까.
지난 21일 수원시립공연단이 시연한 광복 8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향화’는 수원 기생 출신 독립운동가 김향화의 삶을 조명한 뮤지컬이다.
김향화의 본명은 ‘김순이’. 김순이는 몸져누운 아버지를 대신해 일찍부터 생계 전선에 내몰렸다. 가난에 허덕이던 김순이는 때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된다. 이후 수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시집살이까지 더해지면서 외줄 타듯 고된 삶이 계속됐다. 김순이는 결국 머물 곳을 찾기 위해 기생이 되기로 결심하고, 권번을 찾아간다. 김순이는 그곳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 권번을 이끌던 행수는 김순이에게 ‘조선의 꽃, 말하는 꽃’이란 뜻이 담긴 ‘향화’라는 기명을 지어준다.
김향화에게 안식처가 돼준 권번에도 점차 일제의 그늘이 드리웠고, 일제의 수청을 거절하던 김향화는 결국 동료 기생들을 이끌고 태극기를 만들어 독립을 목놓아 외치기에 이른다.
작품은 김향화의 행적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당시 시대적 배경이 만들어낸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도 극에 재미를 더한다. 극에는 출생의 설움과 차별에 대한 원한을 품고 친일 세력이 된 윤익춘과 그의 배다른 동생 윤승현, 김향화를 비롯한 수원 기생의 이야기를 취재한 매일신보 기자 박명근이 등장한다.
권호성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향화를 연출한 배경에 대해 “김향화 열사는 수원의 자랑이자, 잊지 말아야 할 역사”라면서 “한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절 수원 사람들의 용기와 연대,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이들의 이름을 무대 위에서 피워내려 했다”고 말했다.
수원시립공연단의 창작뮤지컬 ‘향화’는 오는 5일부터 사흘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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