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 나트륨 낮고 칼륨 높으면

애디슨병 의심, 감별 진단 필요

급성기엔 정맥 통한 수액 치료

위기 넘기면 호르몬 대체 요법

약물 복용·정기검진 이어가야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지난 칼럼에서는 부신피질 기능 저하증의 원인과 주요 증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질환의 진단과 치료, 그리고 예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부신피질 기능 저하증의 진단은 쉽지 않다. 초기 증상이 매우 일반적이고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축이 무기력하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정도의 상태로 내원하는 경우 단순한 소화기 질환이나 피로로 오인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수의사 입장에서는 혈액검사에서 나타나는 전해질 수치의 변화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특히 혈중 나트륨(Na)이 낮고 칼륨(K)이 높은 경우에 애디슨병을 강력히 의심할 수 있다. 또한 탈수로 인해 혈중요소질소인 BUN과 크레아티닌 수치가 상승해 신부전처럼 보이기도 하므로 감별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검사법은 ACTH 자극검사이다. 이는 부신피질에 자극 호르몬(ACTH)을 투여한 뒤 코티솔 농도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정상적인 부신이라면 코티솔 농도가 자극 후에 뚜렷하게 상승해야 하지만, 애디슨 환축에서는 반응이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 이 검사가 애디슨병의 확진을 가능하게 한다.

진단이 내려진 이후에는 치료 방향을 급성기 치료와 만성 유지 치료로 나누어 접근해야 한다. 급성기에는 흔히 ‘애디슨 위기(Addisonian crisis)’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 즉각적인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치료 방법은 정맥을 통한 수액 요법으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교정한다. 동시에 고칼륨혈증이 심한 경우에는 심장 보호를 위해 칼슘 글루코네이트, 포도당과 인슐린 등을 투여하기도 한다. 또한 신속한 스테로이드 공급이 필요한데, 흔히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을 사용한다. 이 약제는 ACTH 검사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초기 응급 상황에서 유용하다.

급성 위기를 넘기면 장기적으로는 평생에 걸친 호르몬 대체 요법이 필요하다.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하나는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보충이고 다른 하나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보충이다.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보충에는 DOCP(Desoxycorticosterone pivalate) 제제가 주로 사용된다. 이 약은 보통 25~30일 간격으로 피하 혹은 근육에 주사하여 나트륨과 칼륨의 균형을 유지해 준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보충에는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이 사용되며 환축은 이를 매일 복용해야 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용량을 늘려 주어야 하는데 이는 수술이나 여행, 낯선 환경 노출 등 일상에서 빈번히 마주칠 수 있는 상황들이 해당된다. 따라서 보호자에게 이러한 상황에 대비한 추가 복용 지침을 교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를 시작한 후에도 정기적인 모니터링은 필수적이다. 보통 DOCP 주사를 맞기 전후로 혈액검사를 시행하여 전해질 수치, BUN, 크레아티닌 등을 평가한다. 프레드니솔론을 과량 투여할 경우에는 체중 증가, 다식, 다음, 다뇨 등의 쿠싱증후군 유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용량 조절이 필요하다.

이처럼 치료 과정은 평생에 걸쳐 지속되어야 하지만 다행히도 예후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적절한 약물 치료와 보호자의 협조적인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애디슨병을 가진 반려동물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도 수년 동안 안정적으로 지내는 환축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질환의 특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약물 복용과 정기 검진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부신피질 기능 저하증은 단순히 드문 내분비 질환이 아니라 방치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그러나 조기 진단과 평생 치료를 통해 완전히 관리가 가능하다. 결국 수의사와 보호자가 함께 질환을 이해하고 관리할 때, 반려동물은 비로소 건강하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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