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기연주회 첫곡으로 바레즈 ‘튜닝 업’ 선곡

튜닝하듯 새롭게 시작, 동시대 음악 선보일 것

말러 음악 떠오르는 인천, ‘말러 전곡 프로젝트’

최수열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Piljoo Hwang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최수열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Piljoo Hwang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동시대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도전과 혁신하면 떠오르는 얼굴, 지휘자 최수열(46)이 1일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위촉됐다.

최수열이 지휘하는 인천시향의 연주회 포스터는 이전과 달라지게 될 것인데, 그 숨은그림찾기의 정답을 미리 공개하자면, ‘지휘자의 얼굴’이 포스터에 담기지 않는다. 물론 최수열 예술감독의 생각이다.

이날 오전 인천문화예술회관 인천시향 예술감독실에서 만난 최수열 예술감독은 “중요한 것은 인천시향이 어떠한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느냐는 것이므로, 철저하게 저(지휘자)는 주인공이 안 되길 바란다”며 “작품을 재창조하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그 작품을 만든 작곡가에 대한 위대함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열 예술감독이 기획한 인천시향의 올 하반기 시즌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오케스트라’와 ‘작곡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그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연주회 제목은 ‘인천시향의 라벨’ ‘인천시향의 엘가’ ‘인천시향의 말러’ 등으로 단순화했다.

그렇다고 뒤로 물러나 있겠다는 뜻은 아니다. 최수열 예술감독은 인천시향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이달 26일 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리는 그의 첫 정기연주회「‘A!’ Adventurous IPOⅠ」은 현대음악과 희귀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시리즈의 시작이기도 하다.

“첫 번째 연주할 곡이 바레즈의 ‘튜닝 업’인데, ‘a’로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튜닝 소리를 모티브로 삼은 곡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려면 튜닝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아마도 인천시향에서 제 마지막 공연은 ‘Z’와 연관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알파벳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부산시립교향악단을 이끌었던 최수열 예술감독은 부산시향 예술감독 임기를 마칠 즈음 내심 인천을 생각했다고 한다. 부산시향에서 떠난 후 7곳 정도의 악단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결국 인천시향을 택했다.

최수열 예술감독은 “부산시향에서 단련하며 맷집을 키운 후 갈 곳은 일단 부산시향과 규모가 비슷하면서 모든 레퍼토리를 무리 없이 연주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도시가 매력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제 기준에선 굉장히 안정적이고 제가 가진 능력으로 다른 색깔을 입힐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인천시향에서 제안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인천시향은 허점이 있는 파트가 하나도 없고,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악단”이라고 했다.

최수열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Dongmin Yang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최수열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Dongmin Yang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 도전 주목

인천시향 59년 역사상 최초로 추진하는 ‘말러 전곡 연주 프로젝트’는 최수열 예술감독에게도 첫 도전이다. 올 연말 말러 교향곡 9번 공연부터 역순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시향에서는 슈트라우스와 라벨의 ‘전곡 사이클’을 진행했는데, 그건 철저하게 부산의 색깔과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말러 교향곡 9번의 경우, 60여년 동안 인천시향에서 한 번도 연주한 적이 없었고요.

내년 계획 중인 교향곡 8번은 엄청난 규모의 인원과 예산 등이 필요한데, 내년 인천시향 60주년에 걸맞을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순으로 하면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처럼 경쾌한 분위기의 교향곡 1번으로 마무리하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왜 말러일까. 최수열 예술감독은 “오늘 예술감독 위촉장 수여식에서도 유정복 인천시장께서 얘기했듯, 인천의 정체성은 ‘정체성이 없는 것’ 즉 다양성이라고 생각하고, 인천에 대해선 많은 색깔이 섞여있고 모호하기도 한 잿빛이 떠오르기도 한다”며 “평생을 자기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말러의 음악이 떠오른 이유”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음악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최수열 예술감독은 “큰 도시이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고 다양성이 있는 인천에서 동시대의 음악을 펼치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악단과 작곡가 중심의 새 간판 ‘IPO’

최수열 예술감독이 기획한 시즌 프로그램에서 인천시향의 영문 앞글자를 딴 ‘IPO’(Incheon Philharmonic Orchestra)를 브랜드로 내세운 점도 눈에 띈다.

“새로운 간판을 건다는 느낌입니다. 알파벳 축약으로 표기하면 간단하고, 브랜드화가 가능한 점도 있고요. 알파벳 ‘I’로 시작하는 도시가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도가 떠오르네요. 부산시향에 있을 땐 ‘BPO’를 썼는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알파벳 ‘B’는 꽤 있습니다. IPO를 계속 노출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저에게 주요한 것은 그 악단과 작곡가입니다.”

최수열 예술감독은 부산시향 시절 연주회가 끝나자마자 공연장 로비로 달려가 관객을 배웅하는 지휘자로도 유명하다. 그가 부산시향 예술감독을 맡은 시기 관객 수가 점점 늘었는데, 특히 젊은 관객 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한다. 이들은 부산시향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정 관객이 됐다. 부산시향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 소위 ‘힙하다’는 반응으로 돌아왔다. 인천시향에서도 최수열 예술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최수열 예술감독은 “악단이 중요하고 작곡가가 중요하고, 진짜 중요한 것은 관객”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하고, 그날 공연에 대한 쓴소리를 듣기도 하고, 어찌 보면 가장 피곤한 일”이라면서도 “공연을 찾는 관객들이 끝까지 즐겁게 돌아갈 수 있다면 당연히 인천에서도 공연 후 관객들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