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깊은 선율 속의 진심… 원숙미 담긴 필생 역작 탄생

 

완벽 설계된 고전적 형식미 추구

화해의 손길로 빚은 이중협주곡

애착 담긴 교향곡 4번 무대 위로

요하네스 브람스
요하네스 브람스

‘가을에는 브람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색의 계절 가을에 많은 이들이 브람스의 음악을 찾는 것은 우리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언제나 고독했던 브람스의 고뇌에 공감하기 때문일 텐데요. 오늘은 9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의 공연 ‘가을에는 브람스’의 주인공 브람스와 그의 두 걸작을 소개합니다.

19세기 독일음악을 대표하는 거장 요하네스 브람스는 함부르크의 빈민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12세 때부터 술집, 무도장, 교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도 작곡을 포기하지 않았는데요. 이후 20세 때 로베르트 슈만의 극찬을 받은 일을 계기로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브람스는 낭만주의시대의 고전주의자였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화려하고 자유로운 선율미보다 완벽하게 설계된 고전적 형식미를 중요하게 생각했죠. 또 그는 진지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말도 부드럽게 하지 못해서 종종 주변인의 비호감을 사기도 했습니다. 표현에 서툰 브람스에게 음악이란 내면의 외로움을 비추는 거울이었죠. 그래서 그는 작곡할 때 작품의 형식을 매우 엄격하게 지키면서도 그 안에 평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담았는데요. 이에 브람스의 음악은 완벽하고 구조적으로 꽉 찬 형식, 쓸쓸하고 애수 어린 분위기, 중후한 서정성이라는 특징을 갖게 됩니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 모습. /경기아트센터 제공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 모습. /경기아트센터 제공

그 가운데 경기필이 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곡은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이하 이중협주곡)과 교향곡 4번입니다. 브람스가 인생 후반기에 쓴 이 두 작품은 그의 작곡 능력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필생의 역작으로, 곡 전반에 원숙미가 넘칩니다.

이중협주곡은 브람스와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을 화해시킨 ‘화해의 협주곡’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원래 절친했는데 요아힘과 그의 배우자 아말리아의 이혼 소송을 계기로 사이가 틀어지게 됐죠. 요아힘은 브람스가 아말리아의 편을 든다며 그에게 절교를 선언했는데요. 이들은 이 사건으로 멀어졌다가, 나중에 브람스가 이중협주곡을 작곡하며 요아힘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우정을 회복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비유하듯 작품에서 바이올린과 첼로는 1악장에서 격하게 대립하다 2악장에서 대화를 나누듯 음을 주고받고, 3악장에서는 활기차게 어울리죠. 바이올린과 첼로가 5옥타브를 넘나들며 한 악기처럼 연주되어야 해서 협연자 간 호흡이 무척 중요한 협주곡입니다.

교향곡 4번은 브람스가 작곡한 마지막 교향곡으로, 그 스스로 가장 사랑한 작품입니다. 브람스는 평소 베토벤을 존경해 그의 흔적을 자신의 음악에 많이 남겼는데요. 교향곡 4번은 브람스의 단조 교향곡 중 유일하게 ‘어둠에서 환희로 나아가는’ 베토벤식 전개를 따르지 않고, 매우 비극적으로 장중하게 끝을 맺습니다. 음악평론가 한슬리크가 “어두움의 근원”이라 평했을 만큼 엄숙하고 종교적인 분위기가 강한 이 곡은 가장 브람스다운 교향곡으로 꼽힙니다.

‘귀천’을 쓴 천상병 시인은 “죽는다는 것은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못 듣는다는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브람스의 음악을 사랑했습니다. 그는 매일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요. 여러분도 천 시인의 시처럼, 그리고 가을처럼 고전적 아름다움과 낭만적 서정을 모두 갖춘 브람스의 음악으로 올해의 가을을 맞이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