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지금 갈등에 매우 힘들어
열악한 환경 속 그리운 공동체 정신
관계 건강할 때 신뢰 공간 탈바꿈
이럴때 필요한 리더, 즉 교사의 역할
‘사이’ 잇는 노력으로 관계 회복을
70년대 유명했던 팝가수였던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 중에서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가 있다. 그 노래의 가사를 살펴보면 ‘당신이 지치고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낄 때, 당신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내가 그 눈물을 닦아 드리겠습니다… 살기 힘들고 친구도 찾아볼 수 없을 때… 거친 풍랑 속에서도 버텨내는 다리처럼 내 몸을 눕혀 세상풍파 위에 놓인 다리가 되겠습니다’와 같은 구절이 나온다.
누구나 하나 이상의 어려움을 갖고 있다. 그럴 때 누군가 옆에 있는 사람이 그 어려움을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고 손을 내밀어 준다면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학교가 지금 매우 힘들어 하고 있다. 그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학생, 교사, 직원들이 갈등하고 고통을 감내하고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공동체 정신이고 관계의 회복이다.
학교 교육에서 공동체성과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학교가 학생들의 지적 성장뿐 아니라 정서적, 사회적 발달을 추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가 건강할 때, 교실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배움의 공간이 된다. 학생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질문하며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는 진정한 학습의 장이 바로 학교이고 교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많은 교실에서는 경쟁과 성적 중심의 교육 환경 속에서 관계가 단절되고 소외가 일어나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토론회에 참석했던 고등학생의 절규가 아직도 생생하다. “친구와의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를 그대로 두고 우리 보고 친구 간에 우정을 길러라고 하는 말을 하는 어른들은 비겁합니다.” 학생들은 서로를 경쟁 상대로 여기고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지시와 복종의 관계만이 남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단절은 갈등과 소외를 낳고 학생들의 정서적 불안감과 학습 동기 저하로 이어진다.
이어령 선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사이’라는 개념을 통해 관계의 본질을 깊이 있게 통찰했다. 선생은 존재와 존재 사이의 텅 빈 공간인 ‘사이’를 단순한 공백이 아닌, 의미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공간으로 보았다.
사랑, 소통, 나눔과 같은 모든 가치들이 바로 이 ‘사이’에서 탄생한다. 이러한 ‘사이’를 채우고 연결하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다. 교실에서 교사가 이러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고, 소외된 학생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며,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갈등과 소외는 관계의 단절에서 비롯된다.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이’를 연결하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교사는 솔선수범하여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학생들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일방적인 전달식 수업이 아니라 학생참여형 수업을 진행하고 스스로의 주장과 목소리를 표현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교사들의 관계 회복은 단순히 ‘친해지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이는 학생들의 자기 존중감과 학습 동기를 향상시키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학생들은 교사와의 신뢰로운 관계를 통해 자신이 존중받는 존재임을 느끼게 되며 이러한 태도 변화는 학업 성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실이 따뜻한 공동체가 될 때, 학생들은 더 이상 학습을 부담스러운 과제로 여기지 않고 즐거운 탐험으로 받아들인다.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사이’를 잇는 노력을 통해 우리는 개개인의 성장을 돕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가장 중요한 방향이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前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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