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명의 휴대폰 개통후 전달 방식

전기통신법 위반 소지… 약점 악용

상반기 522건 조치 ‘작업 광고’ ↑

주요 피해자 사회초년생, 대책 필요

1천만원의 급전이 필요했던 20대 초반 김민석(가명)씨는 지난달 ‘간편하고 빠른 소액대출’이란 SNS 광고 글을 접했다.

해당 업체에 연락한 김씨는 곧바로 ‘OO파이낸셜’이란 금융 대기업이 적힌 명함을 받았고, 명함 속 인물 A씨는 “대출 실행을 위해 구매 내역이 필요하다”며 김씨에게 새로운 휴대전화 유심 개통을 요구했다.

이후 A씨는 김씨에게 스마트폰 2대, 100만원 이상의 백화점 상품권 등 실적을 채워야 한다면서 본인 명의로 된 신용카드로 현금화할 수 있는 상품의 구매·배송을 반복해 지시했다.

사기의 낌새를 눈치챈 김씨는 A씨에게 환불 및 거래 무효를 요구했지만, A씨는 오히려 “김씨의 명의로 개통된 유심이 불법 작업대출에 함께 연루될 것”이라며 신고할 경우 함께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씨는 “600만원의 사기 피해를 봤음에도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가 될까봐 신고도 못 하고 있다. 불안해 현재는 변호사를 통해 법적 자문을 구하고 있지만, 내 명의가 어떻게 도용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법 작업대출의 일종인 이른바 ‘내구제 대출’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피해자가 사회초년생이고, 불법임에도 SNS를 통한 접근이 늘어나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다른 방식으로 돈을 마련하는 대출’이란 의미의 내구제 대출은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나 유심칩 등을 구매해 넘기면 돈을 주는 신종 불법 작업대출이다. 과거 ‘깡’ 수법이 확대된 것이며 본인 명의 유심칩과 휴대전화 등을 타인에게 넘겼다는 것 자체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 될 수 있어 피해자가 오히려 약점을 잡히는 형태로 범죄가 진행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내구제 대출 피해 사례가 급증하며 범행 수법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금융감독원의 직접 감독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피해 신고 및 제보에 의존하는 등 더딘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법 작업대출 광고가 늘어나고, 가전제품 구매·구독을 유도하는 등 작업대출 범행 방식도 고차원화되면서 범행이 재유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국회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업대출 방식의 불법금융광고 조치 건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522건으로, 지난해(430건)와 올해(481건) 각각 한 해 전체 건수보다 많았다.

국회 관계자는 “불법사금융이 청소년과 사회초년생 등 금융취약계층 대상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내구제 대출은 불법대부 등 더 손쉽게 접하고 이용할 수 있어 단속과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