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외벽 대형 부착… 시민 눈살
후원모금·통상적 활동 규제 완화
민원 2배 늘어, 도내 수천건 접수
크기·기간만 규정… 재설치 반복
도심 곳곳이 정당 현수막 난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로수에 걸린 소형 현수막을 넘어 건물 외벽에 대형 현수막까지 등장했지만 법 위반은 아니다. 정당·후원회가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신고나 허가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 데 따른 것인데, 불법 광고물로 단속되던 방식이 정당에 한해 허용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현재 수원시 광교의 한 오피스텔 외벽 상단에는 정당 후원회 명의 대형 현수막 2장이 걸려 있다. 이곳은 후원회 사무소가 있는 건물로 정치자금법 등에 따라 허용된 설치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현수막은 특정 후보자나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 등이 없으므로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상 제한 대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도심 중심부 건물 외벽에 대형 현수막이 설치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박모(40대)씨는 “현수막 규모가 크다 보니 주변과 어울리지 않고 너무 눈에 띄는 것 같다”고 했고, 유모(29)씨는 “한 번 보이기 시작하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과거 건물 외벽 현수막은 불법 광고물로 분류돼 지자체 단속 대상이었다. 정당이나 후원회가 도심에 대형 현수막을 내걸면 곧바로 철거되거나 과태료가 부과됐고 허용 범위도 지정 게시대와 일정 기간·크기로 제한됐다. 그러다 2022년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통상적 정치 활동’이나 ‘후원금 홍보’라면 외벽이나 대로변에도 설치가 가능해졌다. 개정 취지는 정당 활동의 자유 보장과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에 따른 처분 편차 해소였다. 후원금 안내 현수막은 정치자금법 제15조에 따라 선거철이 아니어도 연락처 등을 기재해 설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시민단체나 기업은 여전히 지정 게시대와 신고 절차 등을 엄격히 지켜야 하지만 정당 현수막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허용되기 때문이다.
규제가 완화된 뒤 민원은 급증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년 9~11월 6천415건이던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개정 직후부터 2023년 3월까지 1만4천197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국회입법조사처 집계에서도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만 3천490건이 접수됐다. 잡음이 이어지자 지난해 1월부터 현수막 크기와 설치 방식에 대한 일부 제한이 생겼다. 정당·후원회 명의 현수막은 10㎡ 이내, 표시 기간도 최대 15일로 규정됐다. 그러나 교체와 재설치가 반복되면서 시민 체감 노출은 줄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생활환경과 도심 경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안인 만큼 일률적 기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가 교차로나 주거지 인근 같은 장소는 별도 관리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설치 허용 범위를 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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