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임 환산액과 보증금 더한 금액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 기준
초과땐 우선변제권 등 ‘보호 미흡’
계약갱신요구권 특정조항서 배제
적용 예외둬 ‘혼란’… 불필요한듯
임대차보호법은 특별법이지만 어느새 민법보다 익숙한 법이 되었다. 주택이든 상가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 적용되는 것이 임대차보호법이다 보니 이보다 더 밀접한 법은 없을 듯하다. 임대차보호법이라고는 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그 제정 목적에 차이가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주거생활의 안정이 주된 목적인 반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경제생활의 안정을 목적으로 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고도 무려 21년이 지난 후 제정되었다. 제정이유를 살펴보면 상가건물의 임대차에서 일반적으로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함으로써 임차인의 경제생활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그 적용 대상을 일정 보증금액을 기준으로 구분하였다. 즉, 많은 보증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임차인은 보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정 보증금액이라 함은 차임을 보증금으로 환산한 금액(현행 대통령령은 차임에 100을 곱한다)과 보증금을 더하는데 일명 환산보증금액이라 일컫는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여부를 결정하는 환산보증금액은 현재 서울특별시 9억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과 부산광역시 6억9천만원, 광역시(부산 제외) 5억4천만원, 그 외 지역은 3억7천만원 이하이다. 현재의 환산보증금액으로 증액된 것은 2019년으로 환산보증금액의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물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대항력, 계약갱신요구권, 권리금회수기회권 등 핵심 권리들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어 환산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상가임대차의 임차인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반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경매절차에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상가건물의 경우 선순위로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가 많아 만약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 환산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차인은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발생한다. 즉, 보증금이 많은 경우는 보호되지 않고, 보증금이 적은 경우만 보호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미 환산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정하는 핵심 규정이 적용된다. 그럼에도 일부 규정이 제한되어 권리의 해석에 있어서 혼란을 야기한다. 대표적으로 환산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의 임차인은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해당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는 경우 그 존속기간은 1년으로 본다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정하는 계약갱신요구권이 환산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까지 확대되었을 때, 사람들은 모든 상가건물의 임차인은 10년의 기간 내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법원은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 민법이 적용되어 계약갱신요구권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1년12월30일 선고 2021다233730 판결 참고). 계약갱신요구권뿐만이 아니다. 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환산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되면 권리금회수기회권도 발생할 여지가 없다.
이미 많은 상가건물임차인은 환산보증금액과 관계없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환산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는 상당히 많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인정하면서도 특정 조항은 그 적용이 배제되어 사실상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해석은 법감정에 반한다. 차라리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해당하는 임차인에 한하여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에 맞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의 예외를 두지 않았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최근 개정 방향을 보더라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이제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한다기 보다는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는 목적으로 선회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더 이상 환산보증금액을 기준으로 선을 긋는 것은 불필요하지 않을까.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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