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확보·적정 수요 찾아야 ‘뱃길’ 안정
18년 만에 섬 이동권 보장 뜻 깊어
피부 와닿도록 ‘시스템 마련’ 필요
배표 90개·미발권 60%땐 11억 산출
郡 “재정 누수 최소화 방안 찾을것”
서해 5도 주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를 기반으로 섬 주민 피부에 와닿을 정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적정 주민 전용 배표 산출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동반돼야 할 전망이다.
인천 옹진군의회는 3일 제251회 군의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옹진군 서해 5도서 주민 여객선 우선 승선권 확보지원 조례안’을 수정·가결했다.
이번 조례는 인천시 ‘아이바다패스’(여객선 요금 1천500원) 정책으로 섬 방문객이 늘어 정작 섬 주민이 배표를 구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옹진군의회가 만든 대책이다. 조례안에서는 여객선의 최근 3년간 이용실적을 근거로 섬 주민 평균 이용량을 산출해 주민 전용 배표를 여객선사가 현장 발권분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미발권 주민 배표에 대한 손실비용을 옹진군이 여객선사와 협의해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를 위해 옹진군은 ‘미발권 확인 시스템’을 우선 구축하고 여객선사 손실비용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 등을 체계적으로 산출하기로 했다.
■ 섬 주민 이동권 보장, 22년 만에 다시…
주민 우선 승선권 조례는 국가 안보를 위해 섬에서 희생하고 있는 서해 5도 주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서해 5도는 6·25전쟁 이전 거리가 가까운 옹진반도를 생활권으로 했지만 정전협정 이후 옹진반도가 NLL(북방한계선)로 가로막히면서 생활권이 인천으로 변경됐다. 서해 5도 주민들은 수십년 동안 비싼 배표를 구입해 먼 육지로 나와야 했고 ‘이동권 보장’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이에 인천시의회는 지난 2003년 전국 최초 섬 주민 이동권 보장을 위한 ‘서해 5도서 주민 여객선 운임지원 조례’를 제정해 주민 배표 요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2021년 ‘대중교통법’ 개정안에서 여객선을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기 전부터 인천에서는 주민을 위한 여객선 요금 지원이 시작된 셈이다.
■ 안정적 예산 확보·수요 조사 필요
섬 주민 이동권 보장을 목표로 한 이번 옹진군 조례가 과거 인천시 여객선 운임지원 조례처럼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안정적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옹진군은 올해 배표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5억원을 투입해 임시 선박 1대(코리아프린스호)를 마련한 상태다. 옹진군은 주민 우선 승선권을 의무화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번 조례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여객선사가 백령항로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주민 전용 배표는 60개다. 이를 90개로 늘리고 미발권이 60%라고 가정할 시 연간 11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옹진군의회는 서해 5도 특별법에 근거 우선 승선권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청해 예산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특히 최소 예산으로 섬 주민의 이동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적정 우선 승선권 규모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령항로의 배표 부족 현상은 오전 첫 배인 코리아프라이드호(1천680t)에서 주로 발생한다. 코리아프라이드호 만선 시 투입하는 임시 여객선 코리아프린스호(668t)는 규모가 작아 주민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백령도의 경우 뱃길로만 편도 4시간이 걸린다. 크기가 작은 배는 기상에 따른 흔들림이 심하고 편의시설도 부족해 주민 입장에서 큰 배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옹진군은 우선 승선권 필요 수량을 조사한 다음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용역을 발주해 현재 주민전용 배표에 대한 이용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현장 발권만 가능한 주민 배표를 사전 예약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선박 규모와 출항시간대를 세분화한 여객선 이용량을 산출해 주민 우선 승선권 규모를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경복 옹진군수는 “배표 부족에 대비한 추가 선박 도입 예산까지 마련한 상태이기 때문에 주민 우선 승선권을 당장 확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미발권 확인 시스템을 우선 마련하고, 예산 누수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배표 확보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조례를 발의한 이의명(백령·대청면) 의장은 “옹진군과 유사한 신안군·울릉군은 여객선의 주민 우선 승선권 확보분이 전체 인구의 100%, 45%에 달하지만 서해 5도는 16.2%에 불과하다”며 “시행규칙을 만드는 단계에서 집행부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 주민들이 체감할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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