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135억 예산 투입 기관이자 국제협력 거점
일부 ‘부산 이전’ 논의 제기해 깊은 우려·반대
해수부 장관마저 부산 출신 ‘지역 편중’ 지적
선원 재교육때도 문제돼… 균형적 정책 바람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북쪽이 막혀 있어 사실상 섬나라와 다름없다. 그렇기에 특정한 한 곳이 해양 정책과 산업을 독점하는 것은 난센스다.
인천은 수도권 핵심 항만으로서 단순한 항만산업을 넘어 수산업과 해양 연구 분야에서도 늘 선도적 역할을 했다. 인천항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항만으로, 중국과 동북아 교역의 거점이다. 인천항은 송도 신항 개발과 내항 재개발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인천지역 GRDP의 33.9%를 차지하며 지역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2024년 인천의 수산물 생산량은 4만3천800t, 생산액은 약 2천468억원에 이른다.
얼마 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극지연구소를 찾았다. 인류가 맞닥뜨린 거대한 파도와 그 속에서 대한민국 해양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선명히 바라볼 수 있었다.
극지연구소는 연구 인력만 417명, 연간 예산은 1천135억원에 달하는 거대한 연구기관이다. 인천의 연구소 건물이 모두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세종·장보고 과학기지와 북극 다산기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보유하고 있다. 2030년까지는 1만5천t급 차세대 쇄빙선과 제3의 남극기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극지연구소의 의미는 단순한 규모에 있지 않다. 극지는 기후 변화 대응과 북극 항로 개척 등 인류 공동의 과제를 다루는 과학 외교의 무대다. 실제 남극에는 20개국 40여 개 상주기지가 있고 북극에서도 18개국이 활발히 연구 중이다. 국제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길은 오직 과학 연구뿐이다. 이는 민간이 감당할 수 없는 국가적 책무다.
극지연구소 방문을 통해 절감한 것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이다. 북극 빙하는 빠르게 줄고 있으며, 그 결과 해수면 상승과 생태계 붕괴가 뒤따른다. 툰드라 온도가 1.4도 오르면 탄소 배출이 38% 증가한다. 이른바 ‘되먹임 효과’다. 남극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와 인류가 감당해야 할 의무다.
그럼에도 최근 일부에서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 논의가 제기됐다고 한다. 깊은 우려를 표하며 분명히 반대한다. 극지연구소는 단순한 물류시설이 아니라 국제 협력과 융합 연구의 거점이다. 이에 필자는 지난 8월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북극 항로가 (해양수산부가) 부산에 있어야만 열리느냐”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북극 항로는 인천·광양 등 대한민국 전체가 대비해야 할 국가 전략 과제다. 하필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 출신이라는 점까지 겹치며 자칫 특정 지역 편중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음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과 극지 연구는 특정 도시의 이해관계로 축소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해양 정책은 전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어느 한 지역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이 문제는 선원 교육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서울·경기·인천·충청·강원지역 약 1만명의 선원이 매년 부산으로 내려가 재교육을 받고 있다. 큰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예결위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며 경인권 종합비상훈련장 설립을 촉구했고, 장관은 “선원들의 불편을 잘 알고 있다. 지자체 및 예산 당국과 협의해 실습 교육장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원론적 발언을 넘어선 긍정적 약속이다. 서울·경기·인천은 물론 충청과 강원에서 일하는 약 1만명 선원의 불편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균형 있는 해양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해양 정책은 특정 지역에 치우쳐서는 안 되며 국민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 해양수산부 또한 그 원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극지연구소의 존재가 상징하는 것처럼 인천의 수산업과 항만, 그리고 극지 연구는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균형 잡힌 해양 정책만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국가 전략 과제를 완수하며 바다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배준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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