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지만 요란하게 장마가 지나갔다. 아니, 장마는 요즘의 여름비에 견주어볼때 맞지 않은 용어가 돼버렸다.
이제 여름비는 누구도 예측 불가능한 ‘폭우’라고 부르는 게 맞다. 올해도 예측 불가능한 여름비에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고, 또 그 목숨을 지키지 못한 공무원들은 죄책감을 안은 동시에 세간의 질타도 많이 받았다.
최근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상황은 크게 변한 게 없다. 날씨가 예측하고 대비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은지 몇년 되었는데 매뉴얼은 여전히 장마를 기준으로 한다. 그렇다보니 결국 폭우의 현장에 선 공무원들이 판단해야 한다. 세차게 내리는 비가 얼마나 더 올지, 도로에 지하차도에 물이 얼마나 더 들어찰지, 강과 저수지, 논밭이 언제 범람할지, 도로가 무너지진 않을지….
최근의 추세를 보면 모든건 순식간에 벌어지는데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적확한 판단을 내려야만 하는 ‘(초)능력’이 필요하게 됐다.
정작 공무원들은 그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무사히 그 찰나의 순간을 잘 넘긴 이들은 하나같이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지난해 하도 여름날씨가 수상해서 경기도의 변화무쌍한 여름날씨를 주제로 탐사보도를 한 적이 있다. 그해엔 평택과 파주에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평택 세교지하차도 침수 직전 통행을 막은 공무원들과 파주 전역의 폭우현장을 수습한 공무원들이 숨가쁘게 움직인 그날의 상황을 시간대별로 취재했다. 매뉴얼대로 현장을 실시간 관찰하고 있었지만 결국 매뉴얼과 달리 ‘어 이상하다’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자랑스러울 법도 하지만, 그들은 “다시 그 순간이 오면 할 수 있을까”하며 고개를 저었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매뉴얼은 늘 꽁무니만 쫓는다. 이번 여름 취재한 사고현장의 매뉴얼도 ‘현장에 나온 시·경찰 등 담당자들이 잘 협의해 결정한다’는 문구였다. 내년에도 변하지 않는 건, 폭우만이 아니다.
/공지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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