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얼문화재단, 구조 한계 대전환 질문

李 대통령 ‘빛의 혁명’ 연설 비판적 독서

소수자 주권 무력화… 대항 개헌 주장도

■ 황해문화 2025년 가을호(통권 128호) ┃새얼문화재단 펴냄. 420쪽. 9천원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이 발행하는 계간 ‘황해문화’는 올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 ‘빛나는 광장’에서 분출된 다양한 목소리들(‘2025년 봄호’), 그리고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극우’의 준동(‘2025년 여름호’)에 대해 다뤄 왔다.

최근 출간된 ‘황해문화’ 2025년 가을호(통권 128호)는 ‘87년 체제’와 그 이전 1945년 해방 때부터 누적된 한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 즉 ‘민주공화국을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대전환할 것인가’로 질문을 심화했다.

강성현 ‘황해문화’ 편집위원은 이번 호 권두언에서 “최근 10여 년간 한국 민주주의는 비상 위기와 재난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며 “박근혜 정부의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과 ‘국정농단’, 이어진 대통령 탄핵과 정권 붕괴, 그 뒤를 이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중단과 실패, 그 결과로 등장한 윤석열 정부의 집권과 친위쿠데타 시도까지, 이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6·3 조기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금, 우리에게는 ‘한국 사회 대전환’이라는 비상한 과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그 대전환의 두 가지 핵심 조건으로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선 구조적 변화”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할 시급한 과제”를 꼽았다.

필요한 것은 개헌이다. ‘황해문화’는 이번 호에서 ‘해방 80년, 민주공화국의 대전환을 위하여’란 제목의 특집에 실은 5편의 글을 통해 시민주권에 기반한 새로운 헌정 질서가 필요하다고 짚는다.

진태원 ‘황해문화’ 편집주간이 특집의 첫 번째 글로 쓴 ‘어떻게 빛의 혁명을 수행할 것인가?: 최대주의 개헌 또는 대항 개헌을 위하여’는 이재명 대통령의 ‘빛의 혁명’ 연설에 대한 비판적 독서라 할 수 있다.

진태원은 ‘국민이 민주주의를 구했다’는 내용의 이 대통령 연설에서 결정적 공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2030여성을 중심으로 뭉친 소수자들이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트랙터 상경을 도왔던 ‘남태령 시위’(‘남태령 대첩’이라고도 불림)의 부재다.

진태원은 ‘남태령 시위’의 생략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들인 ‘소수자와 을들의 주권 실천’을 무력화하는 정치적 기제의 표현이라고 지적하며 ‘최대주의 개헌’ 또는 ‘대항 개헌’을 주장했다.

기존 엘리트 중심의 ‘위로부터의 개헌’과 달리, 시민 다수가 헌법의 저자로서 참여하는 ‘아래로부터의 개헌’, 헌법을 광범위한 사회 현실과 권력 관계를 포함하는 ‘살아 있는 헌정 질서’로 이해하는 방법적 전환, 개헌을 민주주의 자체를 더 민주적으로 만드는 정치적 재구성 과정으로 파악하는 것 등이 진태원의 주장이다.

이번 호 특집에서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잃어버린 헌법의 주어를 찾아서’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 ‘내 삶을 바꾸는 헌법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플랫폼으로서 헌법’ ▲이범준 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 ‘정의로운 대법원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방법’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민주권을 어떻게 실질화할 것인가?’를 읽을 수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