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利器)는 인류를 돕기 위해 존재한다. 그럼에도, 때론 불편한 적으로 돌변한다. 나의 일상을 도둑촬영하고 살포하는 도구가 된다. 집 안팎에서 기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경이다. 해커들의 그릇된 재능 낭비에 온라인 세상이 흉흉하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러시아의 한 웹사이트가 1만7천개 IP캠(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 영상을 생중계해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 영상도 2천600개나 됐다. 거리, 주차장, 학원부터 성인 마사지업소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개됐다. 2023년엔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진료실 영상이 유출돼 논란이 일었다.
앞선 2021년에는 해외 한 웹사이트에 한국 일반 가정집 영상이 무더기로 노출됐다. TV 보고 식사하는 모습뿐 아니라 은밀한 사적 영역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무려 638개 아파트 단지 40만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해킹범은 TV뉴스에도 나온 공신력 있는 보안전문가여서 모두를 경악케 했다.
급기야 ‘욕하는 로봇청소기’까지 등장했다. 2024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사용자에게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부었다. 비밀번호를 바꾸고 재부팅했지만 한번 뚫린 보안은 복구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로봇청소기가 반려견을 쫓아다니면서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다. 집안까지 침범한 해킹 범죄에 간담이 서늘하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2일 밝힌 로봇청소기 보안 점검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드리미, 에코백스, 나르왈 등 중국산 로봇청소기에 탑재된 카메라에서 사생활 노출 가능성이 확인됐다. 해커가 사용자의 아이디 정보를 도용해 영상을 찍거나 훔쳐볼 수 있다. 휴대전화를 통해 사진과 영상의 외부 유출도 가능하다. 심지어 꺼져있는 카메라를 강제로 작동시킨다. 해당 기업에 조치를 권고했다지만, 여전히 찜찜하다. 보안 취약 제품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통 기준이 엄격해져야 한다.
눈을 돌리는 곳곳이 IP캠이다. 월패드, 홈캠, 스마트 TV·냉장고 등 IoT(사물인터넷) 제품에 포위되어 있다. 조밀하게 이어진 인터넷망은 공간을 초월해 편리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사용자가 주의해야 할 점도 그만큼 많다. 비밀번호가 admin(관리자), 0000, 1234라면 당장 바꿔야 한다. 방심하다간 해커의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고단한 초연결사회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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