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심리상담 대체 수단처럼 확산되면서 내담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민간자격증 난립으로 비전문 상담(2022년 11월23일자 7면 보도 등)이 문제로 지목됐는데, 이제는 AI가 상담 영역을 파고들며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검증되지 않은 대화가 내담자의 불안을 키우거나 부정적 사고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심리상담시대의 그늘·(中)] 비전문가 상담 규제 방안 전무

[심리상담시대의 그늘·(中)] 비전문가 상담 규제 방안 전무

os;상담심리사 1급'은 석사 졸업 후 400회기 이상 상담을 진행하고, 50회 이상의 수퍼비전(전문가에게 내담자와 진행한 상담 내용을 피드백 받는 활동)을 받아야 하는 등 오랜 기간 수련 과정을 거친 상담사를 자격시험 응시 대상자로 둔다. 내담자의 예민한 감정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상담사의 자격과 수준을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민간자격인 '심리상담사 1급'은 수련 과정 없이 필기시험 합격만으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22일 전문가와 소비자를 손쉽게 연결해준다는 중계 플랫폼 사이트에는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게시글이 400여 개 올라와 있다. 1만원 미만의 저렴한 상담비를 내세우는 글은 70여 개. 저마다 화려한 자격증을 내세우지만, 정작 학회에서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자격증이 등록된 글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실제 이날 심리상담사 관련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는 한 교육기관에 자격증 취득 방법을 문의해본 결과, 마음만 먹으면 1개월 만에 심리상담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안내 직원은 "6주 안에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보면 된다. 강의를 60% 이상 들으면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지고,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으면 합격이다. 이후 자격증 비용으로 8만5천원을 내면 된다"고 안내했다.온라인 강의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격증 취득자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교육을 1회 실시하고 있다. 궁금한 내용은 그때 강사님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련 과정을 대체할만한 실무과정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한번 취득한 자격증도 갱신할 필요가 없기에 전문성은 물론이거니와 유지·관리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형태였다. 수련없이 필기 시험만으로 취득저렴한 가격 내세워 오프라인 활동법적 근거 없어 사실상 '무법 상황'현재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https://www.kyeongin.com/article/1615975

7일 온라인상에는 ‘심리상담 프롬프트(명령어)’라며 명령어 입력만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우울감 등을 완화하기 위한 인지행동치료(CBT) 과정을 흉내 낸 문구도 등장했는데, 한 블로그에는 ‘아래 프롬프트를 쓰면 AI로 무료 CBT를 받을 수 있다’고 적어놨다. 이날 해당 문구를 토대로 챗GPT와 대화해보니 감정에 일방적으로 호응해주는 반응이 이어졌다.

표면적으로는 공감과 위로처럼 보였지만, 사용자의 부정적 감정을 반복 확인해주는 수준에 그쳤다. 임상심리 전문가인 박혜연 동덕여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AI 알고리즘은 내담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거나 위험군을 식별해 적절한 지원 체계로 연결하지 못한다”며 “심리상담은 단순한 맞장구가 아니라 임상적 판단과 개입이 동반되는 전문 행위라 AI가 대체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실제 전문 상담사의 수련 과정은 엄격하다. ‘상담심리사 1급’은 석사학위 후 400회기 이상 면접상담, 50회 이상 전문가 지도(수퍼비전), 집단상담과 심리검사 실습 등을 거쳐야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반면 ‘심리상담사 1급’ 등 공신력이 불명확한 민간자격증은 온라인 강의와 필기시험만으로 취득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온라인 중계 플랫폼에는 이런 민간자격증을 내세운 게시물이 수백 건 올라오며, 1만원 안팎의 저가 상담을 내세워 홍보하는 실정이다. 공신력 있는 학회 인증 자격과 구분이 어려워 소비자 혼란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비전문 상담의 위험성이 드러난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한 청소년이 챗GPT와 우울감을 토대로 대화를 이어간 뒤 극단적 선택을 해 부모가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한국리서치가 지난 3월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1%가 AI 상담 경험이 있다고 답하는 등 전문 상담사 상담 경험(16%)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는 아직 위협이 전면화된 상황은 아니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용이 늘고 있어 학계에서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며 “AI 상담은 위험군을 선별하거나 연계할 수 없어 내담자가 수동적으로 의존하게 만들 수 있고, 민간자격 상담 역시 훈련이 부족한 상태에서 취약한 정서를 다루는 데 한계가 크다. 결국 피해는 내담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