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경찰 출입 기자 시절이나 검찰 담당 기자를 할 때 고민을 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신청’과 ‘청구’의 차별 대우였다. 기자는 기사를 쓰면서 단어를 고를 때 사전적 의미에 충실하려 노력하게 마련인데, 신청과 청구의 두 용어에 가면 막히고는 했다. 국어사전에서는 신청과 청구에 큰 차이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용어에서는 서로 혼동하면 안 되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법원이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라거나 ‘법원이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라고 쓴다면 이는 형사소송법의 기초도 모르는 무식쟁이가 되고 만다. 청구라는 말은 검사만이 쓸 수 있고, 경찰은 신청이라는 말만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의 경우 경찰이나 검사 모두가 요청할 수 있지만 그 요청 행위를 일컫는 용어에는 차이를 두었다.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해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검사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그 영장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구공판’이라는 말은 법원에 정식으로 재판을 청구하는 일인데, 이는 아예 경찰은 입 밖에 내뱉을 수조차 없다. 재판 청구권은 검사만이 갖는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아직도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그 하위법인 형사소송법이 헌법을 무시하고 경찰은 신청, 검사는 청구로 못 박고 있다. 이 때문에 신청과 청구라는 말에 상하 계급 같은 게 생겨났다. 처음부터 형사소송법에서 신청과 청구에 차이를 두었던 건 아니다. 1950년대만 해도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누구나 판사에게 영장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지금처럼 바뀌게 된 계기가 5·16 군사쿠데타였다. 1961년부터 경찰이 영장을 받기 위해서는 검사를 거치도록 명문화한 거였다. 수사권 남용과 기소권 남발 같은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의 씨앗이 이때부터 싹텄다.

정부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기로 했다. 검찰이 갖고 있던 기소와 수사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차원이다. 이로써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중대범죄수사청이 또 다른 검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관 간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경찰을 하위직으로, 검찰을 상위 계급으로 인식하게 한 신청과 청구의 차별부터 없애야 한다.

/정진오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