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처우개선·학생 현장소통… 생존 넘어 ‘선택받는 대학’으로”
‘10년 과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최근 일부 일반교원 전환 첫 성과
‘젊은 리더십’ 학식 먹고 캠퍼스 곳곳 누비며 구성원과 거리 좁히기
인구 절벽 해법, 교육환경 혁신·재정 안정화 변화의 핵심전략 제시
이사장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건 책상 옆 화이트보드에 붙은 아래로 하강하는 그래프였다. 출생아 수가 급감한 가운데 입학 가능한 학생 수도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 전망. 그래프 속 굵은 곡선들은 전국 대학들이 직면한 생존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손율(44) 학교법인 경기학원 이사장은 매일 이 그래프를 바라보며 대학이 처할 위기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경각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일부러 눈에 보이는 자리에 붙여뒀다”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매일 떠올린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3월 국내 대학 법인 중 최연소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이런 현실 인식을 토대로 경기대학교를 “오고 싶은 대학, 머무르고 싶은 대학으로 만들겠다”며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들려줬다.
■ 10년 묵었던 과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전환, 제도적 매듭
취임 후 손 이사장이 가장 먼저 마주한 현안은 교내 최대 과제였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문제였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전환 문제는 2015년 이후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행은 미뤄져 왔다. 이에 지난 3월 경기대 비정년트랙 교수들은 집회를 열고 “같은 일을 하고도 차별받고 있다”는 부당함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10년 동안 미뤄져 온 갈등은 지난달 1일 첫 전환 결정으로 일부 봉합되면서 성과를 냈다. 교원인사규정 개정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 교육·연구·산학 중점 영역에서 근무하던 24명의 전문영역중점교원이 일반교원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번 전환은 3개 교수노조와 대학본부가 참여한 TF에서 시안을 마련하고, 규정심의위원회·교무위원회·평의원회 등 여러 단계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
손 이사장은 “재임용 평가 기준이 상이한 특성을 반영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한 규정”이라며 “지난 10여 년 동안 논의되어 온 사항으로, 교원들의 문제 제기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 “차별 부정할 수 없다”… 처우 개선의 원칙과 방향
손 이사장은 비정년트랙 교원이 일반교원보다 불리한 처우를 받아왔음을 인정했다. 그는 “그동안 열악한 처우를 받아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며 “이번 전환은 근원적인 처우 개선 정책”이라고 밝혔다.
전환되지 않은 전문교원에 대한 개선 방향도 언급했다. 재임용 주기는 2년에서 3년으로 조정했으며, 복지후생을 일반교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근속 10년이 지나면 4~5년 주기로 기간을 한층 더 연장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
아울러 일정 수준 이상 역량이 쌓이면 현재 부교수에 머물러 있는 승진 상한을 정교수까지 확대해 정년 보장으로 연결한다는 구상도 있다. 기본 의무 외의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교원에 대해서는 객관적 평가를 거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손 이사장은 “성과 기반의 평가, 공정성과 투명성, 유연성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예측 가능성의 원칙으로 제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 매일 학식 먹고 캠퍼스를 걷는 이유… 소통 앞세운 운영 철학
“이사장실에만 앉아 있으면 현실을 알 수 없습니다. 매일 학식을 먹고 캠퍼스 곳곳을 다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에요. 직접 경험해야 구성원들의 불편함과 필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거든요.”
손 이사장은 대학 운영 철학을 “소통, 현장 중심, 그리고 안전과 책무의 실천”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종종 SNS를 통해 하루 일과를 공유한다. 구성원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직접 교정을 돌며 학생과 교직원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일상이다.
교내 건물, 실험실, 기숙사 등을 직접 점검하며 개선점을 기록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교내 안전 문제에 대해 “교육기관에서 안전은 책무이며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과 교직원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대학 운영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 “이사장님, 커피 사주세요”… 젊은 이사장이 보여주는 학생 곁의 리더십
전국 대학 이사장 중 가장 젊은 손 이사장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친근한 이사장’으로 통한다. 캠퍼스를 거닐다가 “이사장님, 커피 사주세요”라고 학생들이 말을 건네면 그는 웃음으로 화답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점심이면 늘 학생식당을 찾는다. 따로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학생들 틈에 앉아 식판을 내려놓고 밥을 먹는다. 권위적인 분위기 대신 스몰토크가 오가는 풍경에 대해 그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이사장을 맡았다는 게 어떻게 보면 학생들과의 장벽을 낮춰준 것 같다. 그 자체가 저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어보였다.
이런 태도는 일상 속 교류에만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를 학교 전체로 확장하기 위해 대학 축제를 내부 행사가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어우러지는 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열려 있을 때 더 큰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고 학생들도 그 안에서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 학령인구 절벽 앞에서 던진 해법… ‘오고 싶은 대학, 머무르고 싶은 대학’
손 이사장은 학령인구 감소를 “대학이 피할 수 없는 구조적 숙명”이라고 했다. 그는 “출생아 수가 줄고 입학생이 급감하면 전국 대학 60% 이상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며 “수도권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는 해법으로 ‘오고 싶은 대학, 머무르고 싶은 대학’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자유전공학부를 정착시켜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단순 이론이 아닌 실습·체험형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게 그중 하나다. 손 이사장은 “캠퍼스 자체가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며 “예컨대 외식조리학과 학생들이 제빵 실습 후 직접 판매하는 것처럼 경험 기회도 늘리고 싶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이런 청사진이 실현되려면 탄탄한 재정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봤다. 손 이사장은 “어떤 비전도 재정적 토대 없이는 실행될 수 없다”며 법정전입금 비율 제고, 발전기금 모금, 수익용 재산의 효율적 운영을 통한 안정적 기반 마련을 강조했다.
요컨대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그가 제시한 답은 ‘차별화된 경쟁력’이었다. 손 이사장은 교육환경 개선과 재정 안정화를 경기대 변화의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살아남는 대학’이 아닌 ‘선택받는 대학’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대학 캠퍼스는 가고 싶은 곳이 돼야 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공부하고, 그 관련 분야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학사제도 등 교육과정을 탄탄히 구축하는 것이죠. 이런 다양한 비전을 실현해 경기대를 경기도를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명품대학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손율 이사장은?
▲단국대학교 대학원 체육학 박사
▲단국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및 학과장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원 주임교수
▲경기대학교 학교법인 경기학원 이사장(2025.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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