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뿐인 대학생활, 새로운 도전하면서 재밌게 보내고 싶었습니다.”
인하대학교 산악부 동아리 소속 김연태(물리학과·19학번)씨가 카자흐스탄 칸텡그리(7천10m)에 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건 2년 전 즈음이다. 2023년 대한산악연맹의 프로그램에 선정돼 떠난 카자흐스탄 우즐로바야(4천950m) 탐사에서 먼발치 보였던 뾰족한 산을 보고 ‘언젠간 꼭 오르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산이 천산(天山)의 보석으로 불리는 칸텡그리였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칸텡그리를 오르기 위해 김씨는 인하대 산악부원인 고용권(체육교육학과·23학번), 최윤혁(고분자학과·23학번) 대원과 원정대를 꾸렸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현지 등반을 위한 이론학습과 체력 단련을 진행했다. 방학 때는 울릉도 나리분지와 백두대간 등에 오르며 경험을 쌓았다.
10개월의 사전 준비 후 지난 7월 15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입국했다. 3천만원에 달했던 원정비용 상당을 산악부 선후배의 도움으로 마련했다. 원정대장을 맡은 김씨는 “7천10m의 산을 오른다는 흥분과 함께 등반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산악부 선·후배의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첫발을 뗐다”고 했다.
칸텡그리 등반은 해발 4천100m에 위치한 베이스캠프(BC)까지 헬기로 이동한 후 시작했다. 이곳에서 해발 4천800m 캠프1(C1)과 5천600m C2, 6천150m ‘차파예프봉’(Peak Chapayev)을 넘어 5천800m C3로 가야 한다. 각 캠프에서 하루씩 휴식을 취하면 마지막 ‘정상 공격’까지 4일이 소요된다.
원정대는 고소 적응을 위해 6일간 베이스캠프에서 C1과 C2 사이를 오가며 등반 준비를 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권 대원은 컨디션이 나빠져 베이스캠프에 남기로 했다.
김씨는 8월 1일 최윤혁 대원과 정상을 목표로 등반에 나섰다. 첫날 목적지인 C1까지의 등반은 순조로웠다. 오전 8시에 등반을 떠나 오후 1시께 C1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다음날 C2로 향하면서 최윤혁 대원의 컨디션이 저하됐다. 김씨는 C2까지 8시간이 걸려 도착했는데, 최윤혁 대원은 이보다 2시간가량 지연됐다. 결국 김씨는 안전을 위해 최윤혁 대원을 C2에서 쉬도록 하고 다음날 혼자서 C3로 향했다. 김씨는 “3일차에 눈이 많이 왔고, 최윤혁 대원이 더 이상 등반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해 혼자 길을 나섰다”며 “둘이서 교대로 해야 할 ‘러셀’(russel, 깊은 눈을 헤치고 나가는 행위)을 혼자 하면서 올라갔다. 차파예프봉을 올라가는데 체감 상 수직으로 등반을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김씨는 7시간이 걸려 C3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4일 오전 5시 정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날씨가 좋지 못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한 발짝 내딛기도 쉽지 않았다. 점점 숨 고르는 시간이 늘었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정상을 500여m 남긴 해발 6천500m 지점에서 하산을 결정했다. 그는 “베이스캠프와 무전을 하는데 기상이 좋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며 “여기서 더 가면 날이 어두워져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등반을 하면서 만난 외국 산악인들 대부분이 날씨 때문에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나에게도 발생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김씨는 C3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하루 동안 휴식을 취했다. 몸의 피로는 여전했지만 다행히 머리는 맑아졌다. 원래 하산하려고 했던 마음을 접었다. 할 수 있는 만큼 시도하지 않으면 후회가 커질 것 같았다. 그는 “하산을 고민할 때 원정을 도와준 인하대 산악부 선·후배들이 많이 생각났다”며 “기적적으로 기상 상황이 좋아졌고 마침 식량과 연료도 세 끼 분량이 남아있었다. ‘다시 한번 가보자’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상을 향한 마지막 도전은 8월 6일 새벽 2시부터 시작했다. 앞선 등반의 실패 요인 중 하나가 시간이었다. 기상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해가 지기 전 하산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변이 칠흑처럼 어두웠지만 마침 반대편 등산 루트에서 올라오는 산악팀 랜턴 불빛이 보여 위안이 됐다. 바람도 강하지 않아 전보다 몸이 가벼웠다. 그리고 등반 14시간 만인 오후 4시10분 마침내 중앙아시아 험준한 고봉 칸텡그리 정상 7천10m에 도달했다.
김씨는 “계획에 없던 2차 시도 끝에 정상에 오르니 꿈만 같았다. 정상에 있던 십자가에 태극기와 인하대 산악회기를 걸고 내려왔다”며 “평범한 대학생들도 준비를 통해 난이도 높은 산을 오를 수 있는 것을 보여줘 의미가 깊었다”고 했다. 통계물리학을 전공하는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등산은 저에게 취미활동이지만 새로운 도전이면서 목표가 되기도 한다”며 “후배들도 대학생활을 하면서 의미 있는 취미를 갖고 즐겼으면 한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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